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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보호해야 할 국민이 따로 있나?
2020-04-03 06:00:00 2020-04-03 06:00:00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소득 하위 70%를 대상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점이 매우 아쉽다.
 
경기도는 소득과 관계없이 전 도민에게 1인당 10만 원을 주는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9일부터 받는다. 명쾌한 결정이다. 경기도의 장점은 공공업무를 최소화하여 이른 시일 내에 지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상을 한정 짓지 않아 누가 대상이 되고, 되지 않는지 도민의 혼란도 전혀 없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의 장점이 그대로 단점으로 적용된다. 먼저 대상을 한정 지음으로써 담당하는 공공의 업무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지출될 우려가 매우 크다. 
 
소득 하위 90%를 대상으로 했던 아동수당의 경우 첫 해 행정비용이 1600억 원이 소요되면서 결국 보편 지급으로 바뀌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행정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했던 주된 이유는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한 소득 기준을 정할 때 고려 요소가 많아져서다.
 
또한 ‘공공마스크’ 배부, 소상공인 대출 등의 사례에서도 확인되었지만, 위에서 지시만 한다고 해서 현장에서 그 업무가 수월하게 시행될 턱이 없다. 당연히 업무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하고, 지급 시기 또한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득 하위 70%라는 대상의 문제다. 소득 하위 70%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결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탓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선에서는 본인이 대상이 되는지 확인하려는 이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일이다.
 
대상 기준을 선정한다고 해도 불만이 뒤따를 것이다. 발표 초기부터 단지 만원의 차이로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든지 하는 기준점 문제, 재산은 많지만 소득은 적은 사람은 해당하고 재산은 적으나 소득이 많은 사람은 제외된다는 형평성의 문제, 맞벌이 가구는 대상이 되기 어렵지만 외벌이 가정은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는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과연 이러한 과정과 기준을 거쳐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경기 활성화의 효과를 일부 볼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과연 혜택을 받는 이들이, 국민이 만족해할까?
 
재난이 닥쳤을 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책은 단순하고 명쾌해야 한다. 그리고 신속해야 한다. 비전과 목적이 올바르면 뒤따르는 정책은 이런저런 세부규칙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는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생계의 어려움에 빠진 가계를 돕고, 급격하게 하락한 경기를 되살리는 데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재난지원금 설정과 체계가 그 비전과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우리 헌법은 사회국가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사회국가란 한마디로 사회정의의 이념을 헌법에 수용한 국가”라고 전제한 뒤, “궁극적으로는 국민 각자가 실제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그 실질적 조건을 마련해 줄 의무가 있는 국가”라고 했다. 또한 헌법 제34조 6항에서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재해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명백히 규정했다. 
 
지금 정부가 시행하려는 긴급재난지원은 헌법의 실천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보호해야 할 국민의 범위에 어떤 명분으로라도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평소 각종 복지 정책에 대해 선별 지원을 주장해 왔던 미래통합당도 이번에는 보편적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긴급한 재난지원필요성에 대해 진영과 무관하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도 불철주야 고생하는 의료진, 방역당국과 뛰어난 시민의식을 보여준 대다수 국민들 덕분에 머지않아 우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나면 재난 극복과정에서의 정부의 정책에 대한 점수가 매겨질 것인데, 국민 모두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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