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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사모펀드 부당이득 환수하고 처벌 강화해야
2020-07-08 06:00:00 2020-07-08 09:44:27
이종용 증권데스크
얼마전 농협은행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의 펀드 판매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20억원을 부과받았다. OEM펀드는 자산운용 라이선스가 없는 판매사가 펀드 설계 및 운용 등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농협은행 과징금 조치는 금융감독원이 조치안을 올린지 무려 7개월만에 결론이 난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OEM펀드 판매사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보니 반년 가까이 논의 과정을 거쳤고, 결국 금융위원회는 과징금을 금감원 원안인 10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다.
 
농협은행의 입장에서는 과징금 105억원이나 20억원이나 OEM펀드 제재를 받은 첫 판매사라는 점에서 뼈 아플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펀드 판매로 50억 가량의 수수료 수익을 번 것으로 알려졌는데, 과징금 20억을 제하고 나면 30억 가량은 남는 장사를 했다.
 
농협은행의 이번 제재는 OEM펀드 논란을 별개로 하더라도 펀드 판매사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잘못된 상품을 판매했으면 판매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상식 논리와 달리 펀드 판매사에 대한 제재는 법적 근거가 불확실하다보니 무 자르듯이 책임 소재를 판단하기 어렵다.
 
올 들어 금융투자업계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접한 이슈는 단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다. 특히, 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펀드를 굴린 자산운용사가 아닌 펀드 판매사에 사상 처음으로 투자 원금 100% 배상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금융권에 충격파가 밀려들고 있다.
 
지난해 분쟁조정 이슈였던 키코(KIKO)와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는 차원이 다르다. 키코와 DLF는 은행이 고객에 제대로 설명을 하고 판매했느냐의 불완전판매 이슈로 판매사와 고객간의 공방이 있었지만 최근 문제가 된 사모펀드들은 운용사가 주도한 명백한 사기 행위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역으로 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환매 중단과 관련해 책임이 없다고 해명하는 논리가 되기도 한다. 금감원은 100% 배상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라는 대법원 판례와 민법을 적용해야 했다. 당국이 신속한 투자 배상을 위해 속도전으로 분쟁조정을 진행하고, 판매사들이 사법부와 당국의 판단 전에 선보상안을 내놓는 것은 과거에 비해 고무적이기는 하다.
 
다만 사건 이면에서 사모펀드 책임 공방을 벌이는 이해관계자들을 보면 근본적인 인식 개선은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판매사인 증권사, 운용사,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은 서로서로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업계 이익을 위해서 한목소리를 내온 기관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금융투자협회만 보더라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다른 몸이 아니다. 금투협회는 57개 증권사와 237개 자산운용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라이선스를 주고 비즈니스를 맡긴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도 지라는 것이다. 펀드를 팔아서 수백억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챙겨놓고, 문제가 터지니가 법 논리를 앞세워 책임을 면피하려 해선 안된다. 근본적으로는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농협은행 사례처럼 잘못된 판매로 처벌받아도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면 불법은 사라지지 않는다. 부당이득은 몰수하고 처벌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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