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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이과생의 '문과 침공', 미래 소득 보장될까?

2023-07-3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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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면서 이른바 이과생의 '문과 침공'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과생들이 대학의 인문·사회 계열 학과에 진학하는 건데요.
 
실제 2022학년도 서울대 인문·사회 계열 정시 최초 합격자의 44.3%는 수능 수학 영역 선택 과목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이었습니다. 2023학년도에는 그 비중이 51.6%로 늘어났죠.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100% 이과생이었고, 경제학부는 74.3%, 사회학과는 60%, 역사학부는 50%가 이과생으로 채워졌습니다.
 
이과생들이 인문·사회 계열 학과에 교차 지원하는 이유는 좀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입니다. 수능은 응시 집단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조합한 '표준점수'로 순위를 매깁니다. 국어의 경우 '언어와 매체', 수학은 '미적분' 평균이 다른 선택 과목에 비해 높게 형성됩니다.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영역 '미적분' 과목에서 4점짜리 문제 하나를 틀리더라도 문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확률과통계' 만점을 받은 학생과 '표준점수'가 같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수능에서 이과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선택 과목이 좀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보니 대입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특히 문과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인문·사회 계열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죠. 이과생 입장에서는 이과생들끼리 경쟁하는 학과보다는 주로 문과생들이 지원하는 학과를 노리면 더 좋은 대학을 갈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대학 간판이 아니라 졸업 후 취업했을 때 벌 수 있는 소득일 텐데요. 이과생들이 문과 침공을 해서 좀 더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하는 계간지 '노동정책연구'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 '전공 교차 지원의 노동시장 성과 분석'인데요. 연구진은 2010∼2019년 '대졸자 직업 이동 경로 조사'를 활용해 최근 10년간 대학 졸업자 9만2078명의 취업 여부 및 소득 수준을 추적했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이과생들이 교차 지원의 마음을 싹 접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과생이 이공 계열 학과에 진학해 졸업했을 경우 월평균 소득은 253만9000원입니다. 반면 인문·사회 계열 학과로 교차 지원한 뒤 졸업했을 때는 월평균 228만5000원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소득이 월평균 25만4000원이나 차이가 나는 겁니다.
 
학생들이 지금 당장은 좀 더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성공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먼 미래를 생각하면 대학의 간판보다 자신의 적성을 살려 진학하고 취업하는 게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돈을 좀 더 많이 버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학 간판을 위해 미래 기대 소득을 낮추는 행위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하는 계간지 ‘노동정책연구’ 최신호에 게재된 논문 ‘전공 교차 지원의 노동시장 성과 분석’에 따르면 이과생이 이공 계열 학과에 진학해 졸업했을 경우 월평균 소득은 253만9000원이지만 인문·사회 계열 학과로 교차 지원한 뒤 졸업했을 때는 월 평균 228만5000원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진은 학생들이 대학 배치표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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