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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교권 침해' 시달리는 교사들…한국교총, 5대 정책 제안

한국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 1만1628건 중 '악성 민원' 57.8%

2023-08-0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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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겪는 '교권 침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 아동학대 신고·협박 등의 '악성 민원' 유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하는 대상은 학부모가 학생보다 2.5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5대 정책 및 30대 과제를 제안하면서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교권 침해' 유형, '악성 민원' 6720건으로 1위…학부모 71.8%
 
한국교총은 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와 이달 2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받은 '교권 침해' 사례는 총 1만1628건에 이르렀습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 신고·협박 등의 '악성 민원'이 6720건(57.8%)으로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듣는 '폭언·욕설' 2304건(19.8%), '업무 방해·수업 방해' 1731건(14.9%), '폭행' 733건(6.3%), 성희롱·성추행 등 '성폭력' 140건(1.2%) 등의 순이었습니다.
 
'교권 침해' 행위를 하는 대상은 학부모가 8344건(71.8%)으로 학생 3284건(28.2%)보다 2.5배 이상 많았습니다.
 
'교권 침해'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실에서 걷다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 다쳤는데 학부모가 교사의 책임을 물으며 매일 집 앞까지 차로 데리러 오라고 요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돈을 빌린 사채업자에게 자녀 담임 교사의 전화번호를 알려줘 선생님이 협박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임신시키고 싶다" 등 성희롱적인 발언도…"학교 현장의 절박한 상황 보여줘"
 
'폭언'과 '욕설' 문제도 심각했습니다. 한 학생의 아버지가 교사에게 학교 폭력 관련 개인정보를 요구했으나 이에 불응하자 "내가 조폭이다. 길 가다가 칼 맞고 싶냐"고 말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학생들 역시 교사에게 "골프채로 머리를 쳐버리고 싶다", "한 번 싸우자", "임신시키고 싶다", "나랑 사귈 수 있어요" 등 막말과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의 목에 칼을 들이대면서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는 학교 현장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를 보여준다"면서 "이게 우리 교육의 현 주소이자 교사들의 민낯이라는 현실 앞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교총은 이날 △학생이 수업 방해 등 문제 행동 시 교사가 즉각 지도·제재할 수 있는 조치 방안 마련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를 근절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책 마련 △학교 폭력 예방법의 조속한 개정 △교권 보호를 위한 근무 여건 개선과 학교 환경 조성 등 5대 정책을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이와 함께 △학생인권조례 재정비 △교원배상책임보험 전국 단위 학교안전공제회 운영체로 개선 △교사 처우 개선을 위한 담임·보직 수당 인상 △교사 개인 전화번호 비공개 등의 세부 30대 과제도 제시했습니다.
 
정 회장은 "더 이상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참지 않도록,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혼자 감내하지 않도록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국회도 정당을 초월해 초당적인 협력에 나서라"고 요구했습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3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교육권 보장 현장 요구 전달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사진은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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