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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교사 괴롭히던 '교원평가', '유예' 넘어 '폐지'까지?

이주호, '교원평가 전면 폐지' 두고 "가능성 열려있다"

2023-09-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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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부가 교사에 대한 외모 품평이나 성희롱적 내용이 담겨 각종 논란을 일으켰던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의 1년 유예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교사들의 요구대로 폐지까지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서술형 평가'에 악의적인 내용 기재…'교원평가 폐지 찬성' 93.1%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권 보호 4대 입법 촉구 브리핑' 도중 "현장 교사들이 원하고 교권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교원평가'를 전향적으로 재설계하겠다"며 "올해는 '교원평가'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교원평가 전면 폐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2010년 도입된 '교원평가'는 매년 9∼11월 전국 유·초·중·고교와 특수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평가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과 모든 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만족도를 1~5점 점수로 주는 '객관식 평가', 교사에게 바라는 점 등을 남기는 '서술형 평가'로 이뤄집니다.
 
그러나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교권 침해'의 수단이 됐다는 비판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습니다. 익명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학생들이 '서술형 평가'에 욕설 등 악의적인 내용을 기재하는 일이 다수 생겼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12월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서술형 평가'에 특정 교사의 신체 부위를 비하하는 글을 남겼다는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같은 달 서울교사노조가 발표한 '교원평가 피해 사례'에 따르면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쓰레기' 같은 막말이 기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시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사 6507명을 대상으로 '교원평가 피해 사례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는 '직접 피해를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이 30.8%로 확인됐습니다. '교원평가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93.1%에 달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교사 6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원평가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93.1%에 달했다.(그래프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그럼에도 교육부는 '교원평가'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지난 6월 '서술형 평가'에 경고문을 게시하고 금칙어를 추가해 필터링 기능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교원평가 폐지' 요구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교육부, 교사 극단 선택 이후 입장 변화
 
하지만 최근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 사건을 계기로 '교권 침해'에 대한 교사들의 분노가 폭발하자 교육부는 3개월 만에 태도를 바꿨습니다. 이 부총리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명박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당시 도입한 '교원평가'를 스스로 없애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교원단체들은 '교원평가 폐지'를 꾸준히 요구해 왔습니다. 애초 취지대로 교사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 재설계하거나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겁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지금의 '교원평가'는 학생과 학부모의 단순 수업 만족도 조사 수준인데 이러한 방식은 전면 폐지하는 게 옳다"면서 "교육 전문가가 교사의 교육 활동에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보완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등 좀 더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형민 전교조 대변인도 "보통 교사나 수업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교원평가'에 참여하다 보니 좋지 않은 평가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교사의 수업은 회사 영업사원의 실적과 같이 단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교사에 대한 성희롱적 내용 등이 담겨 각종 논란을 일으킨 '교원능력개발평가'가 폐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학교 교실에서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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