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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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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팥소 빠진 찐빵 ‘밸류업’…저평가 대형주는 유효

강제력 없고 인센티브 모호…중소형주 실효성 떨어져

2024-02-2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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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연초 증시를 달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밸류업의 핵심을 기업의 자율공시에 맡겨 실효성이 떨어질 거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크게 실망한 분위기인데요. 그럼에도 저평가 대형주들은 주목할 만합니다. 대기업의 경우 정부는 물론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밸류업’ 참여 유인 부족
 
26일 발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식시장을 차갑게 식혔습니다. 연초부터 기대감에 들떴던 투자자들이 매물을 던진 결과 그동안 많이 올랐던 종목들의 낙폭이 두드려졌습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보험, 자동차, 증권, 은행 업종은 지난 1월24일부터 지난주까지 각각 33%, 27%, 26%, 17% 상승했습니다. 그만큼 실망도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벌칙이나 특별한 인센티브 없는 기업의 자율공시로 요약될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만 보면 자율공시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들의 부담도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특히 이익 빼돌리기, 합병·분할로 지배력 높이기, 상속·증여를 위한 주가 누르기 등 최대주주를 위해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결과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아 극도로 저평가된 중소기업들이 문제입니다. 이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얻는 이익(피해)보다 지금처럼 유지해서 얻는 (최대주주의) 이익이 커서 정부 정책에 동참할 유인이 떨어집니다. 상장폐지 등과 같은 강제력이 없고 세제지원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인센티브 내용도 불명확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한계도 명확해 보입니다. 
 
하지만 밸류업 정책이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포기하기엔 너무 이릅니다. 또한 지금 나온 정책 수준만으로도 효과를 낼 대상도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접근하자면 대기업 중 저평가주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는 모습.(사진=금융위원회)
 
배당성향 약속한 대기업 누구?
 
일단 올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공시할 대상이 되는 기업은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사 488개사입니다. 2026년엔 코스피 전체 상장기업이 대상이 됩니다. 물론 이들 중에서 자발적으로 이행하는 기업이 몇이나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대기업들 특히 이미 상당한 규모의 주주환원책 등을 발표한 저평가 대기업은 달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눈치 보기 또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도 적극 참여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인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편입되지 못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과 국내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한 이후 주주환원을 키우는 방안을 발표한 기업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배당성향에 대해 발표한 기업이라면 관심종목에 올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발표한 곳도 많은데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은 일회성으로 그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당 정책은 성격이 다릅니다. 배당금은 한 번 올리면 다시 내리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배당 삭감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적이 대폭 감소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속한 금액 또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배당금이 아니라 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할애하는 배당성향에 관한 약속은 대체로 지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차가 대표적입니다. 현대차는 기업 밸류업에 대한 언급이 있기 한참 전인 지난해 4월에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연간 배당성향을 25% 이상으로 하고 분기배당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자사주를 3년에 걸쳐 매년 1%씩 소각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현대차는 오는 29일을 배당기준일로 결산 배당을 할 예정입니다. 보통주는 1주당 8400원, 우선주는 8500원입니다. 약속대로 작년 2분기부터 분기배당을 시작해 1500원씩 이미 2회 지급했기 때문에 이번 배당금을 더하면 연간으론 1만1400원입니다. 현대차의 2023년 연간 주당순이익(EPS)이 4만3629원이므로 작년에 약속한 25% 배당성향을 지킨 겁니다. 
 
형제 기업인 기아도 배당성향 25%를 약속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 발표한 최소 배당성향은 20%였지만 이번에 25%로 높였습니다. 배당성향 상향조정은 기업의 자신감으로 해석됩니다. 현금흐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대규모 이익에도 미래 업황을 우려해 배당을 약속하는 것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당성향을 올린 것은 그만큼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삼성화재도 주당 1만6000원의 배당을 발표했습니다. 우선주 포함 배당성향이 40%에 육박합니다. 삼성화재는 최근 4년간 56%→50%→45%→46%의 배당성향을 기록했습니다. 이번엔 배당금을 증액했는데도 이익 증가폭이 더 커서 배당성향은 하락하게 됐습니다. 삼성화재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에도 배당성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배당 이력만으로도 신뢰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코리안리 또한 밸류업 정책과 무관하게 오래 전부터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순이익의 몇 퍼센트를 할애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밝힌 대기업의 경우 이를 무르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지켜볼 만합니다. 
 
주주환원 여력 및 경영진 태도 주목 
 
26일 밸류업 정책 발표에 대한 실망에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유독 메리츠금융지주는 장초반 하락세를 딛고 상승 반전했습니다. 이날 오름세로 거래를 끝낸 결과 시가총액 17조3273억원을 기록, 하나금융지주를 제치고 19위에 안착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최대주주의 1주와 일반 주주의 1주는 같다는 원칙을 지키며 기업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주주환원에 순이익의 50%를 쓰겠다고 발표한 뒤 주가도 꾸준히 올라 은행지주 두 곳을 제친 것입니다. 은행지주 2등인 신한지주와의 격차도 두 계단으로 좁혔습니다.
 
주주환원 등 기업가치를 키우려는 노력이 지속될 경우 메리츠금융지주처럼 재평가받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신영증권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이익 좋고 현금 많은 기업이 밸류업 정책의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밸류업은 결국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확대’로 향하기 때문에 배당 가능성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추가해서 스크리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상장 기업 스스로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고 이행한다는 점에서 △주주환원율을 제고할 수 있는 자본여력이 있는지 △지속적인 주주환원율 제고를 위한 해당 산업의 성장성, 수익성이 확보돼 있는지 △경영진이 주주환원에 얼마나 적극적인지에 주목할 것을 권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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