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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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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재테크)일본, 30년 불황 탈출 선언 임박

19일 금융정책회의 주목…마이너스금리 종료 늦어도 4월

2024-03-13 02:00

조회수 : 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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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일본이 머지않아 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끝낼 전망입니다. ‘잃어버린 30년’의 공식 탈출 선언과 같은 의미여서 주목됩니다. 더불어 국내 투자자들이 잔뜩 매수한 엔달러 하락 베팅도 빛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이 오는 19일에 열리는 금융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혹은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폐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완화 정책의 실질적인 종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잃어버린 30년’으로 통칭하는 일본 경제의 장기 저성장 탈출 선언과 다름없습니다. 
 
아베노믹스 도입 정책, 8년만에 폐기 앞둬
 
일본은 장기 저성장과 불황 탈출을 위해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당시 ‘아베노믹스’란 명칭 아래 대대적인 완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2012년부터 매월 8000억엔씩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일본은행이 이 국채를 매입해 그만큼 시중에 통화를 공급, 경제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시중의 통화량이 증가하는데도 일본 기업과 국민들은 이 돈을 투자나 소비에 쓰지 않고 은행에 다시 맡겼습니다. 이에 정부는 2016년 1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가 붙는 게 아니라 원금이 줄어들게 만들어 은행으로 돈이 모이는 대신 실물 경제로 흘러가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그해 9월엔 YCC 프로그램도 시행했습니다.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을 이유로 시장에서 국채금리가 일정 수준까지 오르면 일본은행이 보유 국채를 매도해 채권수익률을 누르는 완화 정책의 한 가지입니다. 
 
이같은 오랜 노력 끝에 일본 기업들의 성장이 본격 재개됐고 주식시장이 상승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물가도 일본은행의 관리 목표인 2%를 계속 상회하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근원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1.8% 상승에서 2.5% 상승으로 크게 뛰는 등 마이너스 금리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은 상태입니다. 
 
엔달러 150엔→147엔…달러인덱스도 하락
 
금융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종료 선언이 다음 달(4월)이 될 것이라는 쪽에 조금 더 쏠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3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4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나더라도 이달에 YCC 프로그램 종료에 대한 언급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으로선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습니다. 일본의 완화 종료와 미국의 완화 시작이 맞물릴 경우 시장에 주는 충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일본 노동계의 춘투가 시작됐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노조 단체는 5.85%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물가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인상률에 따라 물가 상승을 추가로 자극할 수 있는데, 일본 대기업들은 이미 임금을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지난 7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를 높여 통화정책을 긴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겨둔 법정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예치한 돈이 초과 지급준비금입니다. 지금까지는 초과 지급준비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했는데 이젠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를 폐기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금리를 높이면 은행들이 초과로 맡긴 돈을 늘리거나 묶어둘 가능성이 커서 그 자체로 긴축효과가 발생합니다. 이와 함께 YCC 종료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다만 종료 후에도 국채는 계속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금융정책 기조 변화가 감지되면서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연초 달러당 140엔까지 하락했다가 2월에 150엔으로 복귀했던 엔달러환율이 최근 147엔까지 내려온 겁니다. 달러인덱스도 2월 중 105 턱밑까지 올랐다가 102대까지 하락, 일본의 변화가 달러 약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엔화 약세(엔달러 상승)는 일본 수출기업들에게 좋을지 몰라도 수입물가를 올려 일본 내 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높은 물가가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을 낮췄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무르익은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투자자 기다린 엔달러 하락 드디어?
 
마이너스 금리 종료에 맞춰 환율이 천천히 하방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경우 엔달러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관련 상품을 선점했던 국내 투자자들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에서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 중 하나가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종목기호 2621)입니다. 엔달러환율 하락과 미국채금리 하락을 동시에 노리는 일본의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이 종목을 일본 증시에서 가장 많이 매수했을 뿐 아니라 해외주식을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전기차와 인공지능(AI) 광풍이 불고 일본 주가가 신고가 행진을 벌이는 와중에도 국내 투자자들이 금리 하락과 엔달러환율 하락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이 ETF는 1억934만달러 순매수 결제가 이뤄져 전 세계 4위, 일본 주식 1위 종목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이같은 열기에 국내 증시에도 지난해 말 일본의 ETF와 똑같은 구조의 상품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H) ETF가 등장했으며 이날 추가로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 액티브(H)도 신규 상장했습니다. 
 
다만 엔달러환율이 하방으로 꺾인다면 엔저에 힘입어 상승한 일본 증시도 조정 가능성이 커지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4만 선을 넘었던 니케이225지수는 11일 3만8800선까지 후퇴한 상태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19일 열리는 일본 금융정책회의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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