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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훈

(2019 가요 결산②)세계의 ‘K팝’, K팝의 ‘트로트’

방탄소년단이 제시한 K팝의 청사진

2019-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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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K팝은 꾸준히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일본, 중국, 동남아 시장에서는 나름의 호응을 얻었고 일부 소속사에서는 다국적 아이돌 그룹을 론칭하며 이 흐름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2016년 한국 내 사드배치로 본격화된 한한령, 최근 급속도로 냉각된 한일관계 등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변화에 쉽사리 휘둘렸고 K팝은 별다른 대응책도 펼치지 못한 채 울고 웃었다.
 
2019K팝이 풀어야 할 숙제는 변수가 많은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숙제는 방탄소년단이 조금씩 풀어나갔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2월 한국 아이돌 최초로 61그래미 어워드의 시상자로 참석했고, 4월에는 미국의 유명 쇼 프로그램 ‘Saturday Night Live’에서 컴백무대를 가지며 2019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그래미 어워드 레드 카펫을 밟은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후 방탄소년단은 5월 미국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톱 듀오/그룹(Top Duo/Group)’,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 2관왕, 6라디오 디즈니 뮤직 어워드에서글로벌 페놈(Global Phenom)’, 8틴 초이스 어워드에서 '초이스 컬래버레이션(Choice Collaboration)', '초이스 서머 투어(Choice Summer Tour)', '초이스 인터내셔널 아티스트(Choice International Artist)', '초이스 팬덤(Choice Fandom)' 4관왕,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베스트 그룹(Best Group)’, ‘베스트 케이팝(Best K-Pop)' 2관왕, 11‘2019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2019 American Music Awards)’에서/(Pop/Rock) 장르 페이보릿 듀오 오어 그룹(Favorite Duo or Group)’투어 오브 더 이어(Tour of the Year)’,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Favorite Social Artist)’ 3관왕 수상까지 K팝의 불모지였던 북미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의 활약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다른 아이돌 기획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나름의 흐름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10월 샤이니 태민, 엑소 백현과 카이, NCT 127의 태용과 마크, 중국 그룹 WayV(웨이 브이) 루카스와 텐 등 7명의 멤버로 구성된 연합팀 SuperM을 론칭했다. SuperM M MATRIX & MASTER(매트릭스 & 마스터)의 약자로, 글로벌 음악 팬들을 이끄는 대표 스타이자 전문가인 뛰어난 재능의 아티스트들이 모여, 이른바 ‘Super’ 시너지를 선사하는 팀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SuperM. 사진/SM엔터테인먼트
 
SuperM은 정확히 미국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 그룹이었다. 미국의 음반사 유니버설뮤직의 산하 레이블 캐피톨뮤직과 손을 잡아 론칭했으며 할리우드의 캐피톨 레코즈 타워에서 야외 쇼케이스 ‘SuperM : Live From Capitol Records in Hollywood’를 개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단순히 미국에서 활동했다는 것에서 나아가 분명한 성과도 있었다. 첫 번째 미니앨범 ‘SuperM’은 미국에서 많이 팔린 앨범을 꼽는 주간 차트 빌보드 200’에서 8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120일에는 마이클 잭슨, 마돈나,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등 최정상 팝 스타가 거쳐갔던 세계적인 공연 명소 매디슨 스퀘어에서 K팝 그룹 최초로 단독 공연을 치르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들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분주한 가운데 국내 가요계는 트로트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TV조선은 올해 초 새 예능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을 론칭했다. 프로그램은 단 한차례 하락세도 없이 수직 상승해 52일 마지막회 18.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동안 수많은 방송사들이 트로트의 대중화를 꾀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나 대중의 반응은 없었기에 더욱 돋보이는 성과였다.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 사진/포켓돌스튜디오
 
그 동안 트로트 시장은 대중가요와는 조금은 다른 행보를 이어왔다. , 장년층이 많은 노래교실에서 초빙강사로 활동하며 팬덤을 구축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와 팔도를 잇는 도로에서 주로 소비됐다. 하지만 미스트롯의 성공 이후 어른들의 장르인 트로트가 주요 방송사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
 
미스트롯은 중, 장년층 팬덤도 충분히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두터운 팬덤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는 트로트 시장에 대한 재고로 이어졌다. 이에 가요계에는 미스트롯출신들을 비롯해,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로 활동했던 노지훈, Mnet ‘프로듀스 101’ 출신 박하이, 엄소영, 예준이, 하유비, 김소유 등이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하며 트로트 가수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미스트롯콘서트는 상반기에만 13만 관객을 동원했고 미주 투어 이후 하반기 전국 투어까지 시작했다. 또한 프로그램에서 1위를 기록했던 송가인은 소주잔, 숟가락 등 중, 장년층을 겨냥한 굿즈를 발매하는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그의 팬들은 이 굿즈를 소비했고, 해외 스케줄을 떠나는 송가인을 직접 보기 위해 공항에 집결하기도 했다. TV조선은 미스트롯의 인기에 힘입어 두 번째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 트롯을 내년 1월에 편성해 이 트렌드를 한동안 이어나갈 전망이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포스터. 사진/TV조선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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