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위기의 올림픽을 이끈건 결국 선수들
입력 : 2021-08-04 06:00:00 수정 : 2021-08-04 06:00:00
말 많고 탈 많은 '2020 도쿄올림픽'이 폐막식까지 이제 나흘 남았다. 지난해 7월로 예정됐던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사상 첫 연기가 이뤄졌다.
 
잠잠해질 줄 알았던 전염병은 더욱 기승을 부렸고 개막 당일까지 취소론이 흘러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3일, 6만8000석 규모를 자랑하는 도쿄 국립경기장에 1000여명의 내외빈만 참여한 가운데 무관중 개막식이 열렸다.
 
일본 국민들은 경기장 밖에서 올림픽 반대 시위를 벌였다. 많은 이들이 이번 대회를 “세상에 없던 기이한 올림픽”이라고 평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방역을 자신했지만, 바이러스 확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선수촌에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이어졌다.
 
전염병 확산 속에 열린 초유의 대회. 하지만 이 기이한 올림픽 속에서도 감동은 여전했다. 개막식에서는 ‘픽토그램(pictogram·그림문자) 퍼포먼스’가 화제가 됐다. 몸에 달라붙는 파란색·흰색이 섞인 의상의 두 배우가 올림픽 50개 종목을 마임으로 표현해냈다. 픽토그램 퍼포먼스는 가장 일본답고, 가장 아날로그적인 멋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흔들리는 올림픽을 바로잡아 끌고 간 건 선수들이었다. 대회가 시작되자 선수들이 온몸과 마음을 다해 치러내고 있는 경기로 세계인의 관심은 점점 옮겨가기 시작했다.
 
개최국인 일본에서는 이번 대회 첫 결승이 펼쳐진 7월24일부터 8월2일까지 열흘 동안 17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일본은 1964년 도쿄,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쓴 최다 메달 기록(16개)을 일찌감치 갈아 치웠다.
 
일본의 기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회 전 일본 언론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0개 가까이 획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그레이스노트는 일본이 금메달 26개를 거머쥘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우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격, 태권도 등 전통적으로 강한 종목에서 금메달을 놓친 영향이 크다. 하지만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감동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른바 Z세대(2000년 이후 출생 세대)가 주도하는 변화도 인상적이었다. 과거세대와 달리 올림픽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의 박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은 양궁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제덕은 남자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대만을 꺾고 2관왕에 올랐다. 단체전에서 김제덕은 차례가 올 때마다 큰 소리로 "화이팅"을 외치며 기합을 넣었다.
 
박태환의 뒤를 이어 받을 것으로 주목받은 '한국 수영의 미래' 황선우(18·서울체고) 역시 결과를 떠나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이라 떨릴 법한 올림픽에서 그는 "되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 그냥 수영하는 게 재밌다"고 웃어보였다.
 
우상혁은 남자 높이뛰기에서 2cm의 차이로 메달을 놓쳤지만 다시 일어나 옷을 정리한 후 카메라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퇴장했다. 자신의 경기를 마치고도 다른 외국 선수와 함께 남자 100m 경기를 지켜보며 즐거워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 상황은 사람들에게 올림픽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더는 지금까지의 올림픽 모델이 유효하지 않음이 확인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악용된 올림픽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동시에 여전한 감동을 주는 선수들의 피땀과 눈물은 올림픽이 진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2020 도쿄올림픽'은 훗날 어떤 대회로 기억될까. 무리하게 강행하다 실패한 올림픽이 될 수도, 재난 가운데서도 치러낸 감동의 스포츠 제전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전무후무한 이 올림픽이 다른 어떤 대회보다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종용 온라인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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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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