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MG손해보험이 인식한 대체투자 손실의 99.2%가 사모펀드 운용사 자베즈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두고, 김동주 전 대표가 경영을 총괄하던 시절에 집중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MG손보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비이상적 투자자산 손상차손을 발견하고 2023년 MG손보에 요청한 특별감사 결과입니다.
뉴스토마토가 단독 입수한 JC파트너스의 MG손해보험 특별감사 결과보고 문건. (사진=신수정 기자)
김동주, ELS·항공기·부동산 고위험 베팅
20일 뉴스토마토가 단독 입수한 'MG손보 특별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자베즈파트너스에 인수돼 출범한 2013년부터 2022년 12월 말까지 총 23건, 1973억원 규모 투자가 집행됐습니다. 이 중 전체 투자금의 절반이 넘는 1033억원(52.4%)의 손상차손(손실)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손실이 발생한 투자건 가운데 21건, 무려 1024억원(99.2%)에 달하는 손실이 김동주 전 대표 재임 시절인 2016년 4월부터 2020년 4월 사이에 발생했습니다.
손상차손은 자산의 시장가치 하락 등 회수가능금액이 장부금액에 미달되는 경우 차액을 손실처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부금액은 투자자산의 공정가치(시장 거래가)는 최초 취득 이후 재평가해 조정됩니다. △기업 재무적 악화 △산업 환경 변화 △대내외 금융시장 위기에 의해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손상차손으로 인식되며, 이는 손익계산서에 반영돼 당기순이익 하락에 영향을 끼칩니다.
대주주·최고경영자(CEO) 별경과 MG손보 대체투자 변화 추이 타임라인. (그래픽=뉴스토마토)
MG손보는 2015년부터 외화구조화채권과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을 중심으로 투자자산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김 전 대표 임기 첫해인 2016년부터는 항공기 펀드, 국내외 부동산펀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 수익증권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했습니다.
2013~2022년간 MG손보 자산운용 이익률은 3.64%로 삼성·DB·메리츠·한화·흥국·롯데 등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의 업계 평균 자산운용 이익률(3.51%) 대비 0.14%p 높았습니다. 2015년 이전까지 그린손해보험 이전 자산만 인식해 2% 중반대에 머물렀지만, 2016년부터 4%대에 진입하고 2019년 5.41%의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과 미국의 금리상승 등 대내외적 변수와 맞물려 손실이 시작됐습니다.
김 전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대체투자 중에선 2018년에 진행된 글로벌부동산신탁 투자의 손해가 막심했습니다. 일부 부동산 관련 손상차손은 100억원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회수율도 24~25% 정도에 그쳤습니다.
특별감사 이후에도 2023년 한해 동안 약 668억원의 투자자산 손상차손이 발생됐습니다. 이를 합산하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증발한 투자손실 규모만 누적 1700여억원에 달합니다.
김 전 대표의 무리한 투자 확대는 MG손보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김동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부위원장은 김 전 대표 시절 막대한 투자손실에 대해 "보험회사가 보험 상품을 팔아 이익을 내는 것이 정상인데, 손해율이 높아지니까 투자 쪽에서 무리를 한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왼쪽부터) 김상성 전 MG손보 초대 대표와 김동주 전 MG손보 대표. (사진=MG손해보험)
전임 김상성은 소폭 수익, 극명한 대조
1000억원을 넘는 투자손실을 일으킨 김동주 전 대표와 달리 김상성 초대 MG손보 대표 시절 투자된 건은 2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마저도 소폭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나 극명히 대조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상성 전 대표는 2014년 12월, 2015년 2월에 각각 20억원씩 들여 두 차례의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운용 중에 8억2700만원의 손실이 잡혔지만, 만기를 기점으로 34억원, 21억원을 회수해 만회했습니다.
통상 보험사들은 보험 지급에서 잡히는 손해율을 투자 운용 수익으로 메꾸고 있는데, 김상성 전 대표도 이러한 기조를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김상성 전 대표 재임 시절까지는 성공적인 투자 전략을 가져갔었던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같은 대주주 자베즈파트너스를 두고도 두 대표의 상반된 투자 행보에 각종 의혹이 따라붙었습니다. 투자 손실을 반영한 2020년에 김동주 전 대표 퇴임과 사모펀드 간 대주주 교체가 맞물리며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 것입니다.
여러 의혹 중 김동주 전 대표 시절 수상한 투자자산 손상차손에 대한 사실은 JC파트너스에 의해 진행된 특별감사에서 밝혀졌습니다. 이전까진 MG손보 주요 부실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투자손실이 김동주 전 대표 시절 공격적으로 투자한 대체투자 자산에서 비롯됐다고 공공연히 알려졌었습니다.
JC파트너스는 2023년 4월 MG손보에 공문을 보내 인수 당시인 2020년부터 누적된 투자 손실과 적자 원인을 정확히 조사하겠다며 한 달 동안 특별감사를 실시했습니다. 당해 5월에 감사결과를 받았지만, 그동안 이에 대해 침묵해온 터라 업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해왔습니다.
JC파트너스 관계자는 "투자를 집행한 이들이 모두 일찍이 퇴사하고 난 뒤였다"며 "MG손보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항변했습니다.
MG손해보험 사옥.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