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여당 되니…대출 가산금리 손질 '용두사미'
2025-09-16 14:15:32 2025-09-16 16:53:4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민주당이 야당 시절 강한 의지를 보였던 은행 대출 가산금리 손질이 용두사미로 끝날 조짐입니다. 민주당은 은행법을 개정해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각종 비용을 포함시켜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를 막겠다고 다짐해왔는데요. 민주당이 여당이 된 지금 개정안은 당초 안보다 많이 후퇴한 모습입니다. 핵심 개혁 대상이던 교육세 소비자 전가 문제는 없던 일이 됐고, 가산금리의 다른 법적 비용도 은행과 금융소비자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법률 위반에 대한 처벌 조항도 삭제됐습니다. 
 
맥 빠지는 은행법 개정안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출금리 산정 관련 법안 초안을 건네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입법 절차에 나설 계획입니다.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마련한 초안을 바탕으로 국회 계류 중인 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의 장단점을 보완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에 법적 비용을 최대 50%까지 반영하도록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결국 은행과 소비자가 절반씩 부담하게 되는 셈입니다. 
 
민주당은 야당 때부터 은행권의 '이자장사' 행태에 대해 비판을 해왔습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은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은행법에 명시하고 가산금리 세부 항목을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5대 국민 민생 법안'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지난해 12월 해당 항목을 삭제하고 법안을 새로 발의했습니다.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기술보증기금 등 법정출연금을 대출금리에 전가하는 것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법정출연금은 은행이 보증기금을 기반으로 한 대출을 실행할 때 대출금에 비례해 각 기금에 출연하는 금액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법안 발의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당은 여당이 됐는데요. 이후 법안 수정도 많아졌습니다. 당초 개정안에는 법 위반 시 은행 임직원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조항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행권이 처벌 조항을 빼는 대신에 법적 비용의 대출금리 산입 금지를 수용하면서 처벌 추진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특히 개정안 논의 초기에는 대출을 받는 소비자에게 전가해온 교육세를 제외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은행권의 "이자 수익에 필요한 비용"이라는 주장에 정치권이 동의하면서 교육세는 산입 금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때 발의한 법안 내용을 그대로 밀고 가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금융당국과 은행권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재명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부동산 수요 억제에 나선 만큼 가계대출 증가를 부채질할 수 있는 대출금리 인하에 힘을 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차주의 금리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시장가격인 금리 산정 관련 사항은 법률로 정하기보다는 대출금리 모범 규준 같은 자율 규제 방식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출금리 역행 개선 요원
 
기준금리 인하기에도 대출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가산금리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리자 은행권은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예금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했습니다. 반면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가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7월 기준 1.47%p입니다. KB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가 1.54%p로 가장 컸으며 신한(1.50%p), NH농협(1.47%p), 하나(1.42%p), 우리(1.41%p)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대체로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3월까지 줄곧 커지다가 이후 소폭 축소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기점으로 다시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서울 집값과 가계부채가 치솟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전방위 억제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대출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거나 상품에 따라 오히려 더 오르면서 예대금리차는 6월과 7월 두 달 연속 확대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첫날부터 예대금리차 확대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예금 등 금리는 빠르게 떨어지는 데 반해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인 상황을 정조준한 것입니다. 
 
금융당국 인사들도 질타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에게 "은행이 이자장사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은행권의 예대마진이 납득 불가한 수준"이라고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 경고와 금융당국 지적에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입니다. 가계대출 잡기 위해 수요 억제책을 내놓으면서 대출금리는 되레 올라갔습니다. 은행들은 정부 가계대출 관리 정책에 따라 대출금리를 더 내리기는 어렵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내년부터 대형 은행들이 내야 하는 교육세율을 0.5%에서 1.0%로 높이기로 하면서, 이번 세금 인상이 대출이자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은행들이 산정하는 가산금리에 교육세 항목이 포함돼 있어 결국 대출금리도 올라가지 않겠냐는 관측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통령이나 당국 눈치에 가산금리를 덜 올리더라도 우대금리를 내리는 등 다른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해 이자 수익을 방어할 것"이라며 "가산금리 산입 금지 항목에만 치충하지 말고 소비자들이 대출금리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