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아파트값 동향 존폐 기로…'정보 공백' 대 '시장 왜곡'
전문가 "발표 간격 조정· 통계 이원화 고려해야"
2025-11-05 15:32:58 2025-11-05 16:58:05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목요일마다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이' 존폐 기로에 섰습니다. 시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시장 불안을 촉발해 투기를 부추긴다며 폐지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반면 통계가 폐지되면 민간업체에 의존해야 해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국책연구원인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간 동향 개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주간 동향을 조사하되 발표하지 않는 방안, 격주 단위 조사, 대체 수단 도입 등의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토부에서는 주간 동향 전면 폐지 시 시장 정보 공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작성된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통계는 매주 광역자치단체와 시군구 단위 주택 가격 동향까지 세부적으로 공표하는데요. 10억원 아파트 기준으로 변동 폭이 수십만 원이나 수백만 원에 불과해 통계적 유의미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2020년에는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이 정반대로 분석해 조사의 정확성과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었죠. 조사 대상에 실거래가와 호가가 섞여 같은 시기, 같은 아파트에 대한 조사에서도 차이가 났습니다. 
  
현재 전국 30개 지사에서 표본 3만3500가구를 대상으로 매물의 호가와 실거래가격 등을 조사해 가격을 책정하는데요. 실거래가격이 없으면 비슷한 단지의 실거래가격을 반영해 통계를 작성합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공공기관은 실거래가에 기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합해 지수를 작성하는 곳은 드물죠. 주간 단위로 아파트값을 조사해 발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통계 조작 논란까지 불거지며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줬습니다. 감사원은 2023년 문재인정부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원의 아파트가격 통계를 조작해 왔다는 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청와대 청책실장과 국토교통부·한국부동산원·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간부들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11명을 기소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에 나와있는 부동산 매물 모습. (사진=뉴시스)
 
10월 4주차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 (자료=한국부동산원)
 
통계 폐지 논의 재점화 …여야 의견 갈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폐지 논란은 9.7 주택 공급 대책 발표 이후 한강 벨트 집값이 급상승하면서 폐지 논의가 재점화됐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가 마련됐으며,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부동산원 주간 통계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정부·여당의 잇따른 잡음이 통계 폐지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통계 정확도, 부작용, 시장 자극 등을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실거래 신고가 30일 이내에 이뤄지는데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은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면서 "주간으로 가상의 숫자를 기입하는 방식으로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며 연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도 50개 주의 경우 분기마다 발표하는데 우리나라만 시군구별 주간 발표를 고집하는 것은 시장 혼란만 키울 뿐이며, 현격한 방식 개선이 없다면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간 통계는 뒤늦은 정보를 제공해 정부가 시장의 자정적인 안정 효과를 인지하지 못하고 뒷북 대책을 내놓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최소한 월 단위로 발표 주기를 조정해야 시장 변화를 제대로 확인하고 성마르지 않은 침착한 정책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공 통계의 공백을 우려해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주에 한 번 정도로 발표 간격을 조정하고 가격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가격변동, 시가나 호가를 기준으로 한 가격변동으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통계청 공인 조사이자 정부 정책을 위한 시장 모니터링 성격도 있어 조사는 하되 내부 자료로만 활용하고 공개 발표는 월간 단위로 변경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주간 단위로 시세를 발표하는 나라가 거의 없고 이미 실거래가 기반 지수가 있는 데다, 표본 확대도 부담스럽고 거래가 없을 때 실거래를 시세에 반영하기도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통계의 전문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묻는 질문에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변화하고 있어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적시성, 정확성 부분에서 통계 품질을 관리하고 있으며, 조사자 교육 역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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