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의 대한민국 경제 내에서 위상을 살펴보면 전체 기업 수의 99.9%, 전체 고용의 81%, 국내 총생산의 44%를 담당하고 있다. 전체 벤처기업은 연 매출 242조원으로 삼성, 현대 그룹의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고 약 94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기에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2024)나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2023)의 설문조사를 보면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자금조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금조달은 주로 대출(부채)과 투자(자본)의 유형으로 조달되지만, 초기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낮아 대출에 대한 이자와 만기 상환을 부담할 수 없기에 이자나 만기 상환 부담이 없는 벤처투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중요하다.
최근 벤처펀드 결성 현황은 2021년 약 17.7조원 결성된 이후 국제 정세 및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4년에는 약 10.8조원 결성된 상태다. 벤처펀드는 보통 2~3년간 투자를 하기 때문에 벤처펀드에 자금 유입이 되지 않을 경우 향후 투자 절벽으로 이어져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자금조달에 큰 애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벤처투자 현황은 2021년 약 17조원 투자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24년에 일부 회복하여 약 13조원이 투자돼 2024년 GDP 대비 약 0.51%를 차지하고 있다. 창업국가라 불리는 이스라엘 수준의 벤처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GDP의 1% 이상의 벤처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추가로 12조원의 벤처투자가 필요하다. 벤처투자 자금의 평균 회임기간이 약 5년이므로 전체적으로 약 60조원의 투자 재원이 추가로 공급돼야 창업국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2024년 말 기준 68개 법정기금의 여유자금 313.5조원(금융기관 예치금 180.2조원 포함)의 일부만 벤처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양질의 고용 창출, 유니콘 기업의 탄생과 신산업 개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재정건전성 우려로 법정기금은 위험이 큰 벤처투자보다는 금융기관 예치를 통해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기 보다는 간접투자(벤처펀드에 출자) 또는 재간접투자(벤처펀드에 출자하는 모펀드에 출자)의 방식으로 꾸준하게 운용할 경우 분산투자 효과가 크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한국모태펀드의 20년간 운용 결과(청산자펀드의 수익배수 1.44배, IRR 8.07%)로 증명되고 있다. 또한 2023년 청산된 벤처투자조합 70개의 평균 IRR 9.0%이고 18개 상위조합은 IRR 22.4%를 달성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68개 법정기금의 투자 조항 신설을 통해 벤처투자 재원이 확충된다고 해서 벤처투자 생태계가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체계적인 창업교육 및 멘토링, 산학연을 연계한 창업지원 시스템, 신기술을 저해하는 규제의 완화 등과 같은 창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도 필요하다. 더불어 벤처펀드 출자자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M&A, LP지분 유동화, 세컨더리 펀드와 같은 중간 회수시장 활성화와 코스닥 시장 및 자본시장 활성화 같은 전반적인 벤처투자 생태계의 정비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장상익 대주회계법인 고문(전 한국벤처투자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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