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기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중소·벤처·스타트업 중심의 성장을 국가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 아래, 68개 법정기금의 기술 기반 중벤스 투자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약 1000조원을 운용하는 법정기금 중 5~10%만 중·벤·스에 투자해도 50조~100조원의 혁신 자금이 공급될 수 있는데요. 기금법 개정을 통해 대규모 벤처·스타트업 육성 체계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이정표를 마련해 국가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겠다는 구상입니다.
기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법정기금의 운용 구조를 전환해 기술 기반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공적 지원을 제도화하는 데 있습니다. 각 기금의 운용 예산 중 5~10%를 중·벤·스 투자에 의무적으로 배정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세리 K-정책금융연구소 부소장은 "현재 법정기금은 산업·금융·보건·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지만, 운용 방식이 보수적이고 대기업 위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이 자금을 지원받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이번 개정을 통해 기금 운용 체계를 혁신 기업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국가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국가 산업 구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는 중대한 작업"이라며 "벤처·스타트업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수적 운용에서 혁신 투자로"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68개 법정기금의 기술 기반 중소·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년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데모데이' 현장.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실제 중·벤·스는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2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총 804만여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고용 인원은 1895만명으로 전체 고용의 81%, 매출은 3309조원으로 전체 기업 매출의 44.2%에 달합니다.
벤처기업만 놓고 보면 지난해 기준 벤처기업 수는 총 3만8216개사, 총매출액은 242조원으로 SK·LG를 능가하는 재계 3위 규모입니다. 고용 인원은 약 93만5000명으로,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대기업의 고용 인원(74만6000명)을 넘어섭니다.
그러나 법정기금은 여전히 대기업과 전통산업 중심의 집행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작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체 기금 운용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 제안이 바로 기금법 개정"이라면서 "기존에 보수적으로 관리되던 막대한 공공자금이 민간의 혁신 생태계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기금법 개정은 재정 운용의 조정뿐만 아니라 헌법적 사명의 이행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면서 "헌법 제123조는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금법 개정은 국가 재정의 철학을 바꾸는 일이며 기술창업을 국가의 새로운 임무로 재정립하는 첫걸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도 호응…입법 필요성 공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소·벤처·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68개 법정기금 법 개정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박정 의원실)
정부와 국회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68개 법정기금 법 개정 국회토론회'에서는 기금법 개정의 필요성과 방향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이 토론회는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벤처·스타트업 68혁명 국민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했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기금법 개정의 실현 가능성과 정책 효과에 대한 다각적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토론자들은 공통으로 첨단 과학기술과 중·벤·스 분야는 민간 투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고비용 구조라는 점을 지적하며,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역할 재정립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또한 이날 벤처·스타트업 68혁명 국민운동본부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측에 기금법 개정과 관련한 대선 공약 제안서를 전달했는데요. 제안서에는 △68개 법정기금의 기술 기반 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 입법 △대통령 직속 '기술 기반 중소·벤처·스타트업 특별위원회' 설치 등이 담겼습니다.
박 위원장은 "2030년이면 우리나라는 잠재 성장률이 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아무리 실력을 발휘해도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만큼, 이제는 성장 변곡점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역설했습니다. 이어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된 기금법 개정 논의가 차기 정부의 공약으로 큰 모멘텀을 만들어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재호 K-정책금융연구소장은 "AI 디지털 시대와 달러 패권·기술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전환의 시기에 대한민국이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 중·벤·스 육성이 필수"라면서 "기금법 개정 논의가 실질적인 입법과 정책 변화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승주 기자 sj.o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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