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점포수, 기업은행보다 적어진다
2025-06-02 06:00:00 2025-06-02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국내 은행들이 점포 통폐합에 속도를 내면서 점포 숫자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민간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점포 감소폭이 더 가팔라지고 있는데요. 지금 속도로 계속 줄어든다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점포수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024110)보다 더 적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시중은행-기은 점포수 비등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1분기 4대 은행의 국내 점포수는 3766개로, 지난해 4분기 3842개 대비 76개 감소했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28개, 우리은행이 25개 점포가 줄었습니다. 하나은행의 경우 4개 점포가 늘었습니다. 은행의 점포 감소세가 이어진 가운데 감소 폭은 더욱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3분기(3894개)에서 4분기 말까지 52개가 줄었던 것을 고려하면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점포 감소세가 가파르자 기업은행 점포수가 시중은행과 맞먹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1분기 말 기업은행의 국내 점포수는 628개로 국민은행 772개과 신한은행 665개, 우리은행 659개, 하나은행 606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나은행보다는 오히려 기업은행 점포가 더 많은데요. 시중은행들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점포를 줄여나간다면 연내 다른 시중은행들도 기업은행보다 적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전인 2015년 말 기준으로 4대 은행 점포수는 3924개입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1133개, 우리은행 956개, 하나은행 935개, 신한은행 900개였습니다. 당시 기업은행 점포수는 616개로 국민은행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다른 은행과의 격차도 1.5배로 컸습니다.
 
이후 4대 은행의 점포는 가파르게 감소했는데요. 현재까지 국민은행이 361개 줄어 감소 규모가 가장 크고, 그 다음으로 하나은행 329개, 우리은행 297개, 신한은행 235개 순입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 점포수는 616개에서 628개로 12개 늘었습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신규 산업 단지 등 중기 금융 수요가 많은 곳 위주로 점포를 신설했다"며 "아울러 금융 공공성을 위해 점포 통폐합은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접근성' 정책 화두
 
매년 점포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금융 접근성'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의 이동 거리가 20㎞ 이상인 상위 지역 30곳 중 26곳이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은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개선해 금융 접근성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지점 통폐합을 부추기는 예외 조항을 손질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 접근성 해소가 향후 정책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 점포 폐쇄 절차 강화를 정책 요구 사항으로 전달했습니다. 은행권에선 사실상 점포 운영 합리화를 위한 통로 차단 조치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하는 고객이 줄자 여러 점포를 하나로 합치거나 폐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전국 1000개 넘는 점포를 보유한 농협은행을 비롯해 점포 밀집도가 높은 지방은행도 추가 점포 효율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폐쇄 전 영향평가, 지역 주민 의견 청취, 대체 수단 마련, 사전 통지, 민원 예방 등 현 절차를 모두 지키려면 당분간 점포 폐쇄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점포 축소 추세가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지역별 맞춤형 절차를 참고해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인구 10만명당 평균 은행 지점 수는 2007년 28.6개에서 2023년 15.5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캐나다 호주 등에선 도심·비도심인지에 따라 점포 폐쇄 후 이용할 수 있는 지점까지의 거리에 따라 폐쇄 절차가 다릅니다. 캐나다는 비도시 지역에서 지점을 폐쇄할 때 반경 10㎞ 내 다른 지점이 없으면 6개월 이전에 고객에게 알리고 지역 신문에 관련 내용을 게재해야 합니다.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은행 대리업' 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위원회는 은행대리업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은행업무 위탁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우체국 등 제3자를 활용해 예·적금, 대출 등 은행 고유업무를 대리하도록 해 취약계층의 대면거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여러 은행이 함께 출자해 세운 공동점포를 활성화하도록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입니다.
 
시중은행의 점포 감소폭이 커지면서 금융접근성이 정책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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