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안 팔린다”…국내 패션업계 ‘역성장’ 현실화
삼성물산부터 한섬까지…빅5 패션기업 모두 역성장
2025-06-05 16:43:22 2025-06-05 17:41:09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국내 패션 산업의 성장 엔진이 멈춰 서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LF,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등 대표적인 대형 패션기업들이 올해 1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하락하며 '역성장'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맞이하고 있죠. 겉으로 보기엔 브랜드 리뉴얼과 유통 채널 다변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익성 하락, 브랜드 노후화, 소비자와의 거리감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패션 대기업들이 줄줄이 매출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50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5% 하락했고, 한섬(-3.4%), LF(-4.6%), 코오롱FnC(-4.1%), 신세계인터내셔날(-3.3%) 등도 비슷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매출 감소보다 더 우려되는 지점은 영업이익의 급감인데요. 삼성물산은 이익이 전년 대비 37% 감소했고, 한섬은 32.9%,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9.6% 줄었습니다. 코오롱FnC는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서울 명동거리 옷 가게에서 옷을 고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업계 공통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요소 중 하나는 '이상기후'입니다. 과거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시즌 구분이 뚜렷했고, 각 계절마다 유행과 스타일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형성됐지만,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폭염의 장기화와 계절 전환의 모호성은 간절기 상품의 수요를 급격히 떨어뜨렸습니다.
 
기존에는 봄·가을 시즌이 고급 아우터와 정장류의 판매를 견인하던 주요 시기였지만, 현재는 패션 수요의 비중이 여름과 겨울로 극단화되며 시즌별 전략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생산 및 유통 기획도 불안정해지면서, 전반적인 수익성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브랜드 이미지 노후화…MZ세대와의 간극
 
패션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구조적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의 노후화입니다. 삼성물산의 '빈폴'은 과거 국내 캐주얼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였으나, 현재는 젊은 세대에게는 ‘촌스럽다’는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패션 트렌드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가운데, 과거의 영광에 안주한 결과라는 지적이 잇따르는데요. 한섬의 경우, 고급 여성복 중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지만, 주요 타깃층이 30~50대에 국한되어 있어 MZ세대와의 접점이 부족한데요. 
 
국내 대형 패션기업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체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드러냅니다. 수십 개의 브랜드와 대형 점포망을 통한 확장 전략은 성장기의 방식이지, 오늘날 변화무쌍한 소비 시장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는데요.
 
지금은 브랜드 수보다 브랜드 하나하나의 정체성과 감도 있는 브랜딩이 더 중요한 시대인 만큼, 트렌드를 선도하고, 감성적으로 소통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브랜드가 결국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전문가는 조언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대형 점포 중심 확장 전략은 한계가 있습니다. 온라인 중심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고객과 소통하고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는 체험 공간으로 전환해야 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통해 두 채널의 장점을 모두 살려야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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