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국내 배터리 3총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SK온)가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ESS 사업 확대로 돌파하고,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 업체와의 격차를 좁히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입니다. ESS는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생긴 전기를 배터리처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쓰는 장치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ESS용 리튬인산철(LFP) 롱셀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1일부터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규모 양산에 돌입했습니다. 이는 회사가 당초 목표로 한 2026년에서 반 개 분기 앞당긴 것입니다. 시기를 앞당긴 건 높은 안전성과 가격경쟁력을 가진 LFP 배터리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기 위한 위함입니다.
중국의 거센 추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내 풍부한 리튬 공급망을 활용해 생산 단가를 낮춰 ESS용 LFP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양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북미 지역의 급증하는 ESS 수요까지 선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북미 지역 다수의 고객들과 ESS용 배터리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최고의 기술력과 빠른 현지 대응을 바탕으로 고객가치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했습니다.
삼성SDI도 북미 ESS 시장 공략에 적극적입니다. 최근 회사는 미 최대 전력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에 ESS용 삼원계(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공급량은 6.3기가와트시(GWh)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합니다. 동시에 중국의 ESS용 LFP 배터리에 맞대응 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울산 사업장에 ESS용 LFP 배터리 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 LFP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온도 ESS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ESS 사업실을 사장 직속으로 격상하며 ESS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ESS 연구개발(R&D) 조직과 ESS 영업 조직을 통합해 사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미 에너지 회사 IHI테라선솔루션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3사가 ESS용 배터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수요는 2023년 272GWh에서 2035년 1394GWh로 연평균 15% 성장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가정용 ESS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 주택용 ESS 시장은 2022년 약 9억달러(약 1조2300억원) 수준에서 2030년 47억4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캐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ESS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며 “북미 ESS 시장은 수요 성장세가 가파르고 품질과 신뢰가 중요한 만큼 품질 경쟁력을 가진 국내 업체들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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