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우량 비상장주 투자 막는 금융위
탐나는 우량주, 전문투자자 전용…일반종목엔 적자 ‘수두룩’
현실 동떨어진 금융위 지침, 반대 결과 초래
2025-06-13 06:00:00 2025-06-13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만든 규정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위험을 키웠습니다. 금융위원회의 규정이 일반 투자자들의 우량주 접근을 막고 적자기업엔 투자할 수 있게 열어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기업 당사자가 신청한 경우에만 일반종목으로 등록할 수 있게 만든 지침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수천억 이익 우량주, 전문투자자만 거래 가능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로 선정된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은 두나무가 운영하는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의 ‘서울거래비상장’ 두 곳입니다. 투자자들은 이들의 플랫폼(앱)을 이용해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장외기업들의 주식을 손쉽게 사고팔 수 있습니다. 
 
다만 모두가 이곳에서 거래되는 비상장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요건을 갖춰 개인전문투자자로 인증받은 사람들만 전 종목을 거래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은 일반종목으로 지정된 일부 종목만 매매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 업체들이 중개하는 비상장주식을 전문투자자 전용 ‘전문종목’과 일반투자자용 ‘일반종목’으로 구분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각종 공시의무 등 투자정보 제공 책임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기업 중 각 업체들의 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주식만 일반종목으로 지정하게 한 것입니다. 
 
그로 인해 제도 도입 초기 일반종목은 15개에 불과했으며 전문투자자는 4000여 종목에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문제는 3년이 지난 지금도 일반투자자들이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30개도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경우 11일 현재 이 플랫폼에서 거래 가능한 종목 중 일반종목은 24개에 불과합니다. 서울거래 비상장에서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에는 없는 티웨이브, 뱅크샐러드, 클레버, 일렉트린, 엔에스스튜디오, 지씨에스 등을 일반인이 거래할 수 있지만 일반종목 수는 20개로 더 적습니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반인의 거래를 제한한 종목 중에 뛰어난 사업 성과를 올리며 수천억대의 이익을 내는 초우량 기업이 많고, 일반인에게 허용한 종목 중엔 적자를 내는 기업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행한 금융위의 지침이 오히려 일반인들의 투자위험을 키운 것입니다. 
  
일반종목 심사, 신청한 기업만
 
(표=뉴스토마토)
현재 두 회사의 비상장주식 플랫폼에 등록할 수 있는 요건은 연간 매출액 5억원 등 최소한의 기준만 갖추면 가능합니다. 단, 일반종목이 되려면 두 플랫폼 업체 내부 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장외주식시장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식 거래를 공개하는 이상 좀더 깐깐하게 기업을 들여다본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3년 전 15개였던 일반종목이 아직도 30개 미만에 그치는 이유는 각 사 위원회의 심사 기준이 높아서가 아닙니다. 해당 기업이 일반종목 등록을 신청한 경우에 한해서만 일반종목 심사 대상에 올리도록 한 금융위 지침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입니다. 기업들로서는 일반종목이 될 경우 일정 수준의 공시의무를 진다는 점과, 일반 주주들을 대응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일반종목 신청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 현장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아무리 조 단위 실적을 내는 초우량 기업이라도 해당 기업이 신청을 하지 않으면 비상장주식 플랫폼 업체가 일반종목으로 분류할 수 없습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지난해 9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교보생명보험, K-조선 호황을 타고 실적이 급증한 HD현대삼호, 증권사들의 은행 노릇을 독점하면서 매년 실적과 배당을 키우고 있는 한국증권금융,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 중인 현대카드 등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우량기업들의 주식을 오직 전문투자자만 사고팔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열린 일반종목도 이에 준한다면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 24개 일반종목 중엔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들이 수두룩합니다. 야놀자 같은 우량 기업도 영업이익은 냈지만 아직은 순손실 중입니다. 자본금이라도 충분하면 다행인데 1조원 이상이 4개 기업, 1000억원 이상으로 낮춰도 8종목에 그칩니다.<표 참조>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는 일반종목으로 분류된 두나무가 서울거래 비상장에선 전문종목인 점도 흥미롭습니다. 
 
주주를 기업이 선택?
 
일반종목 지정 절차에 관한 금융위의 지침은 투자자 보호 명목이었는데, 현실은 그 반대의 상황이 됐습니다. 
 
게다가 신청 기업에 한해서 일반종목 등록심사를 한다는 지침은 주식발행기업이 주주를 선별하게 만든 기묘한 결과로 이어집니다. 해당 주식이 어떤 이유로 장외 주식시장에 나왔든, 그 주식을 누가 매수해 주주가 되든, 그것은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관여할 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행 제도에선 기업이 주주의 범위를 전문투자자로 제한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물론 금융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두 플랫폼 밖에서 거래한다면 일반투자자도 해당 주식을 매수할 수 있습니다. 혁신금융서비스가 태동하기 오래 전부터 장외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었고, 지금도 해당 중개업체들을 통하면 일반인도 전문종목을 매수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에서 클릭 몇 번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서 번거로울 뿐입니다. 이는 곧 금융위가 보호하는 투자자는 해당 앱 이용자로 국한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이같은 규제에 불만을 쏟아냅니다. 한 투자자는 “수년째 보유했던 우량주를 일부 매도했다가 되사려니 매수가 막혀 있어서 당황했다”며 “비상장기업에 대한 정보는 상장기업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란 것은 비상장주 투자한다면 다 아는 사실이고 어차피 투자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인데, 당국이 이걸 나눠서 접근도 못하게 막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좌)과 서울거래 비상장(우)은 모두 초기 화면에서 일반종목들을 안내하고 있다.(사진=각사 앱 갈무리)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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