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이효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재계와 첫 만남을 가집니다. 취임 9일 만입니다. 같은 진보 정권인 문재인정부가 취임 49일 만에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과 비교하면 유례없이 빠릅니다. 다만 속도와는 별개로 재계의 '선물 보따리'는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이 재계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만큼 이번 만남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 주목됩니다.
취임 9일 만에 재계 집합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경제 단체장이 참석하는 '경제인 간담회'를 개최합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 총수와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장이 자리합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5~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날 확률이 높은 만큼 미국 관세정책 변화와 관련된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청취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취임 후 첫 행보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를 발동한 가운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당부할 것으로도 보입니다. 동시에 1호 공약으로 걸었던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와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논의를 나눌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번 만남은 이 대통령 취임 후 9일 만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꾸려진 정부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르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역시 인수위 없이 국정 운영에 돌입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선 후 49일 만인 지난 2017년 7월27일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상견례를 가졌습니다. 이 밖에 윤석열씨는 당선 후 11일, 박근혜씨는 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8일 만에 재계 인사들과 회동했습니다.
통상 새 정부 출범 후 주요 대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나 신규 채용 계획을 내놓으며 정부의 경제·고용 정책에 힘을 보태왔습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후 10대 그룹은 105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고,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삼성·SK·현대차 그룹 등이 약 300조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했습니다.
상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화약고'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만남이 빠른 속도로 이뤄진 만큼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내수 침체와 더불어 미국의 관세 전쟁 여파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돼 기업들의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입니다.
더욱이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도 잡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대통령이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성장을 내세웠지만 정작 재계에서 반대하는 법안 추진을 표명하기도 했죠.
특히 화약고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입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법이 시행되면 주주들의 경영 개입과 소송 남발 여지가 커져 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재계 우려입니다.
지난달 8일 당시 이재명(왼쪽 네번째)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경제 5단체 간담회에서 정책 제언집을 전달 받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사진=뉴시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일컫는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단체교섭권을 허용하고 노조 파업 시 회사가 손해를 입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두 법안 모두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좌초됐습니다.
'주 4.5일제' 도입과 '정년 연장'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주 4.5일제 도입·확산과 정년 연장의 단계적 추진을 명시했습니다.
재계는 이 같은 공약에 대해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선 기간인 지난달 14일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를 크게 악화해 우리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큰 사안이다"고 평가했습니다. 주 4.5일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에서 법정근로시간만 단축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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