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가 591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26.7%라는 통계가 발표되었다. 반려동물 수는 반려견이 546만마리이고 반려묘는 217만마리로, 양육 가구당 평균 1.3마리를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4조1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와 산업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장점이 많지만 다양한 문제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2013년 1월에 태어나 처음으로 반려견을 한 마트의 펫숍에서 ‘어쩌다’ 데려와 현재까지 양육하고 있다. 생명을 사고파는 구조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당시 열두 살 딸과 쇼핑을 갔다가 우연히 지나친 펫숍의 종업원이 생후 1개월된 귀여운 포메라니언을 딸에게 안겨주는 바람에 사흘 동안 지속된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데려오게 된 것이다. 반려동물 한 마리가 웬만한 아기 한 명 양육하는 것 못지않게 시간과 비용과 희생이 따른다는 주변의 의견이 그제서야 공감이 갔고, 왜 매년 10만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발생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반려동물 양육은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고독감 해소, 삶의 활력 증진, 자녀의 사회성 증진 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 반면 충분한 시간, 경제적 여유, 책임감 없이 결정할 경우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주요 사회적 문제는 유기와 학대, 안전사고, 이웃 간 갈등과 분쟁,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와 시설 부족, 반려동물 유통 구조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필자와 같이 어쩌다 반려동물 양육자가 되어버린 경우 신중한 고려나 사전 교육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기와 학대, 안전사고 위험이 높고, 소음 등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불법 번식과 펫숍의 무분별한 상술이 책임감 없는 양육 가구와 만날 경우 이러한 문제점은 더욱 심각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팔백만 반려동물 시대를 맞아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무엇보다 반려동물 등록제 강화와 관리 체계 개선을 통해 유기와 학대 방지, 책임감 있는 양육 문화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유기와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함과 동시에 유기동물 보호소 운영 지원과 입양 절차 간소화 및 홍보 등을 통해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는” 문화에 앞장서야 한다. 다음으로는, 반려동물 관련 교육과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한다. 생애 최초 반려동물 양육 가구에 대해서는 반려동물 행동 특성, 질병 예방, 사회화 교육 등을 통해 반려동물 복지를 증진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반려동물 관련 시설 및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동 시설, 반려동물 장례 시설 등을 확충하여 반려동물 친화적인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정책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 지원 확대 및 반려동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1인 가구와 고령 가구의 급증이 예상됨에 따라 반려동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대응을 기대해본다.
정원호 부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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