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적국' 중국에 30%, '주요 동맹국'엔 최대 35%. 이란·이스라엘 전쟁과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 통과로 자신감을 얻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감세 정책 완성을 위해 관세 압박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대상은 '고마워할 줄 모르는 동맹국'입니다. 그러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시한 내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다들 관세 낮추려 시장 개방…한국도 원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이하 현지시간)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을 두고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에게 "이들 국가가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자국 시장을 개방하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한국이 상당한 관세를 지불하고 있고, 무역협정 체결을 원한다"며 "일본도 (미국산 자동차·농산물 구매와 관련해) 급속히 협상 방침을 바꾸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각 국가와의 협상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4월2일 이른바 '해방의 날' 이후 29차례나 자신과 참모진 발언을 뒤집었던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을 태세입니다. "미국이 매우 오랫동안 친구와 적 모두에게 이용당해 왔고, 많은 경우 친구가 적보다 나빴다"는 명분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쉬운 상대를 먼저 때려 성과를 낸다는 전략입니다. 정작 핵심 타깃인 중국에 대해선 '희토류 수출제한'이란 반격 카드에 대처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각국에선 협상을 진행할수록 오히려 관세율이 상향되는 형국에, 협상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와중에 무차별적으로 상호관세율 인상 통보를 내렸는데요. EU(20→30%)와 멕시코(25→30%)는 중국과 같은 관세율(90일간 30%)을 적용받게 됐고, 캐나다(25→35%)는 그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7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오히려 1%포인트 인상된 25%의 관세를 통보받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미국이 깔보는데 참을 수 있나"라며 이례적으로 격한 어조로 미국을 비판했습니다.
"협상에 나설수록 손해를 본다"는 회의론이 제기되며, 향후 협상 테이블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를 얻기 위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미국산 전투기 구매 등을 검토해 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동기지에 도착한 후 취재진과 대화하며 손짓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믿을 수 없는 트럼프"…최악 땐 관세전쟁 '확산'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대목은 '미국·베트남 합의'입니다. 베트남은 미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한 걸로 알려져 있었으나, 20% 상호관세율에 합의한 적 없으며 당초 11% 수준을 기대했다고 전해집니다.
실제 베트남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발표 이후,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는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며 8월1일까지 미국과의 협상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U는 14일 발효 예정이던 대미 보복 관세를 8월 초로 연기하겠다고 밝혔고, 멕시코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다만 멕시코 역시 어떤 미국 수입품에 관세를 물릴 수 있는지 내부적 검토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면역이 생긴 금융시장이 동요하지 않고, 관세 덕에 세수까지 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릴 전망입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관세전쟁이 증폭되며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미칠 수도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90일 유예'로 전격 선회했던 이유도 국채 금리 급등(최대 4.5%)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단기 상승폭인데요. 미 정부는 올 하반기 국채를 대거 발행해야 합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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