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AI와 고립된 개인 그리고 극우로의 해소
2025-07-31 06:00:00 2025-07-31 06:00:00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대세다. 각종 산업은 물론 의료와 교육에까지 AI를 통한 다양한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개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결핍을 충족하기 위한 AI 컴패니언(AI Companion)도 앞 다퉈 출시되고 있다. 챗GPT나 챗봇 등 이른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닌 ‘감정적 동반자’로까지 인식된다. 
 
AI는 진화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의 요체는 진보 중이다. 인간관계의 또 다른 대체재가 되고 있는 AI 기술은 파편화된 분자 속에서 이용가치가 늘어난다. 영국 셰필드대학교의 토니 프레스콧 교수는 저서 『인공지능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AI가 인간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맞춤형 AI 로봇 등을 통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 실례(實例)다. 그러나 인간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이 고립의 해소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사회적 단절이 그것이다.
 
2025년 3월 발표된 챗GPT 개발사 미국 오픈AI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 공동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에 대한 정서적 의존도가 높을수록 사회적 고립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AI 사용을 통해 개인적인 외로움은 감소했으나 이로 인해 다른 이들과의 교류는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결국 AI가 단기적으로 외로움을 덜어주는 데 유용하지만 장기적으로 인간의 고립과 단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AI는 인간의 고립을 먹고 산다. 그렇게 분자화된 개인은 정서적 의존도를 높이며 더 빈번하게 AI를 필요로 하게 된다. AI가 인간의 외로움이 불러온 기술의 결과라는 지적은 그래서 더 타당하다.
 
인간의 욕망과 의도를 구현한 ‘개인 맞춤형’ 기술은 고립된 개인을 매섭게 파고든다. 여기에 AI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은 정보의 편식과 확증 편향을 강화함으로써 개인의 정치성향을 규정하고 잠식한다. 그렇다면 고립된 개인의 연결감에 대한 갈망은 어떤 식으로 표출되는 걸까.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타인에 대한 집단적 공격성, 그것은 바로 폭민(暴民)이다. 한나 아렌트는 어느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는 조직되지 않은 잉여집단이 결국 폭민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주의는 잉여인간의 조직이자 폭민의 정권이라고 진단했다.
 
나치 독일이 ‘인종적으로 이질적’인 혐오의 에너지를 찾았다면 지금의 파시즘적 극우세력은 폭력의 당위성을 ‘반(反)평등’에서 찾는다. 결국 이것이 타자에 대한 혐오의 에너지로 발현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극우화는 그런 측면에서 연결감에 대한 또 다른 갈망이자 해소이다. 문제는 그것이 합법적 체계 안에서가 아닌 상대에 대한 조롱이나 혐오, 폭력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 비주류로 눌려왔던 극우가 곰팡이처럼 번져나가 최근 파시즘적 폭력성을 드러낸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인간의 고립이 극대화될 때 혐오의 에너지는 한데 응축된다. 특정 지역이나 (정치)집단, 특정 세대나 성별에 대한 무분별한 폭력은 타자화된 개인의 집합에서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제도적 합의를 의식적으로 파괴한 채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극우세력이 법치주의 파괴 수단으로 ‘국민저항권’을 내세운 것은 대표적인 예다. 오늘날 극우적 사고와 행태는 파편화되고 고립된 개인에게 도리어 강력한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고 있다. 그 지대 위에 극우는 전체주의라는 효용성을 보여준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원자화되고 고립된 개인들의 대중적 조직이라고 했다. 완벽하게 고립된 개인은 역설적이게도 개인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다운 방식으로 정치적, 사회적 또는 경제적 고통을 완화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때면 언제나 나타날 강한 유혹의 형태로 (전체주의는) 생존할 것”이라고 한 아렌트의 말은 개인의 고립을 먹고사는 현 사회에 더 큰 경고를 주고 있다.
 
정찬대 고려대 학술연구교수/사회학박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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