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로 도입되는 BDC 제도, 기대 반 과제 반
2025-07-29 06:00:00 2025-07-29 06:00:00
최근 한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어 성장동력의 회복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새정부의 진짜성장 전략은 개발도상국 시절의 모방과 추격 모델이 아니라 창조와 선도 모델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시기의 성장모델과 선진국의 선두로 가기 위한 성장모델은 다를 수밖에 없다.
 
창조와 선도 모델로 가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변신은 물론 새로운 혁신기술기업이 많이 나와줘야 한다. 미국의 경우 Apple, Google, OpenAI, Nvidia 등 벤처에서 시작하여 혁신 기술, 상품으로 초대기업이 된 경우가 매우 많은데 한국은 이런 사례가 별로 없다.
 
창조와 선도 모델을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도 이전과 달라질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 금융은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화학, 조선 등 중후장대형 산업에 대한 대출자금 공급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혁신기술기업의 경우 무형자산 및 하이테크 비중이 높아 생존 여부가 불확실하고, 담보물이 별로 없는 데다 기술 및 시장성에 대한 평가도 쉽지 않다. 표준화된 여신심사와 고정적인 이자수익 중심의 은행시스템은 혁신기업 투자를 담당하기 쉽지 않다.
 
혁신기술기업에 대한 성장자금 공급은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가 참여하고 리스크 분산수단이 풍부한 자본시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자본시장, 특히 벤처캐피탈 및 성장금융 시장은 이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더욱이 최근 고금리, 경기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벤처투자가 위축되고 있으며 정책지원 자금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대선공약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usiness Development Company: BDC)가 도입되면 전환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BDC는 자산 총액의 일정 비율(50%) 이상을 벤처 및 혁신기업에 투자하도록 설계된 상장형 벤처펀드다. 공모펀드의 투자자 보호장치와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가운데, 사모펀드의 유연한 운용전략을 활용해 비상장·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새로운 형태의 투자기구이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개인투자자에게 안정적 배당 수익과 혁신기업 간접투자 기회를 제공해온 투자기구 모델을 한국에 도입하는 것으로 ‘민간 모험자본의 정착’이라는 전환점을 예고한다.
 
며칠 전 BDC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르면 BDC는 90일 이내 거래소에 상장해야 하며, 개인투자자는 상장 주식을 사듯 해당 BDC 펀드를 매수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2019년부터 여러 차례 시도되었으나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BDC 도입이 이번에는 이루어지기 바란다. 다만 현재 법안의 일부 내용은 개선 여지가 있다.
 
우선 현 도입안에서는 BDC 기구가 순자산을 기반으로 금전을 차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폐쇄형펀드로 설정되는 BDC는 추가설정이 불가하여, 여유자금이 부족한데 차입이 허용되지 않으면 기존 포트폴리오 회수(매각)를 통해서만 추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BDC가 기업 설립·초기뿐 아니라 성장단계까지 지원하는 투자기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차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도덕적 해이나 부실화 등에 대한 우려는 차입 목적, 한도, 공시 등에 대한 규제를 병행함으로써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BDC의 경우 공모폐쇄형 펀드를 설정하고 상장한 뒤 최종 청산까지 최장 20년에 걸친 상품이므로 각 단계별 장기투자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여 중소·벤처기업 등을 지원하는 다른 투자기구들과 비슷한 수준의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BDC 제도가 단순한 ‘벤처펀드 상장’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혁신 모험자본 플랫폼으로 안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차입 규제의 탄력적 운용과 함께, 정책금융과 자본시장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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