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민생 회복을 위해 '포용 금융'을 앞세우고 있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 차주에 편중된 금융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반 가계대출 차주들에 대한 이자 부담 경감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입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목표로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집중하면서 일반 금융소비자의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출금리 인하 유도책은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입니다.
소상공인 금융지원 편중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소송공인 대상 간담회를 릴레이로 열면서 정책 요구를 듣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금융권의 협조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와 특례보증 확대, 우대금리 프로그램 제공 등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책이 소상공인에게만 집중돼 있다는 점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다수 가계대출자들의 금융 부담은 여전히 크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정책 편중의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소상공인은 정책 수혜층이 눈에 보이는 계층이라 단기 성과를 내기 쉽고, 중기적으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영업자 표심'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일반 가계대출 차주들은 대규모 집단이지만 정책 효과가 분산돼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문가들도 소상공인 지원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금융정책의 균형성이 무너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 완화는 민생과 직결된 문제인데, 관련 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준거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7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주요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상단이 6%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시가에 시장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예금금리는 낮아지고 있어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5대 은행 가계 예대금리차는 1.42%p로 전월(1.34%p) 대비 커지는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대출금리 현실화 '뒷전'
기준금리 인하 시기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확대와 관련한 문제 제기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졌습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새 정부 출범 이후 조직 내각 등 긴급한 현안에 밀려 대출금리 현실화와 예대금리차 확대 문제는 주의 깊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예대금리차 확대를 '이자놀이'라고 비판하며 시중은행의 영업 행태에 경고를 날렸지만,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금융권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통제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에도 예금금리만 내려가고 주담대 금리는 높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이후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내에서 대출 한도를 지켜야 하는데 연초 예상했던 하반기 가계대출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은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담대 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기존 계획 대비 50%로 감축하도록 했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대형 은행들이 내야 하는 교육세율을 2배 높이기로 한 가운데 이번 세금 인상이 대출 이자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은행들이 산정하는 가산금리에 교육세 항목이 포함돼 있어 세금이 오르면, 결국 대출금리도 올라가지 않겠냐는 관측입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가산금리 산정 시 각종 출연금 등의 법적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은행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요.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해 말 보증기관 출연금 등을 포함한 각종 법적 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다만 결국 각종 비용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합니다. 대출금리 산정 항목에서 교육세 등 법적 비용이 제외되더라도 수수료 인상, 우대금리 인하 등 다른 우회 경로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에 치우친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 안정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인위적인 금리 책정과 이에 따른 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가산금리 인하를 유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시장금리에 정상적으로 연동될 수 있도록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포용금융 정책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상 금융지원으로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일 금융위원회가 서울 강남구 캠코 양재타워에서 새출발기금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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