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심화되면서 국내도 전력 수급 안정성을 둘러싼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이미 나오고 있는데요. AI·클라우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국내에서도 추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해외의 경우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증설에 나서고 있으나 각국의 전력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415TWh로 전 세계 비중 1.5%로 추정됩니다. 오는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945TWh로 세계 전력 소비량의 3% 가까운 수준이 될 전망입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현재 미국, 중국, 유럽에 집중돼 있는데 이로 인해 전력망 병목, 발전 설비·인프라 공급망 불안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미국 버지니아의 전력 공급사는 서버 운영사를 비롯한 대형 사용자 전용 요금제 도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기업의 요금 부담이 커질 경우 데이터센터 신규 설립이나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국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네이버(
NAVER(035420)),
카카오(035720), 삼성SDS(
삼성에스디에스(018260)) 등 주요 기업들이 AI·클라우드 수요 확대에 대응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열린 '지속가능한 AI 데이터센터 구축전략' 세미나에서는 AI와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라 2038년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수요의 4%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대규모 전력 소모를 뒷받침할 전력망 증설과 인프라 투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AI 전력 병목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해외와 비슷합니다. 한국전력공사가 발표한 데이터센터 전기 공급 현황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서울·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국내 데이터센터 중 54%(82호)가 서울·경기에 위치하고, 이에 따른 서울·경기 데이터센터 계약 전력은 67%(1334MW)에 달합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최근 발표한 '디지털 인프라 지방분산 전략'에는 지방 전력 인프라 사전 구축, 전기요금 차등제, 민간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이 밖에 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액 감면, 지역 중심 에너지·디지털 복합 산업벨트 육성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AI 기술 패권 시대, 전력 인프라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닌 산업경쟁력과 국가안보를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며 "한국은 전력 확보와 탈탄소화 및 고효율 AI 반도체 개발 등 다중 과제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서버실.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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