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달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반면, 한국은 제동이 걸리면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거침없는 수도권 집값과 치솟는 환율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가 고공행진 중인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10·15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한층 더 어려워졌습니다. 경제 회복을 고려하면 경기 부양이 필요하지만, 금리를 내릴 경우 집값 과열을 부추겨 금융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연내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옵니다. 경제 회복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오던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들썩이는 물가보다 얼어붙은 고용 먼저…연준, 10월 인하 가능성 ↑
17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8~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합니다. 시장에서는 들썩이는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 결정을 늦춰야 하지만, 얼어붙은 고용 시장을 이유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지난 14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행사에서 "노동시장의 활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보다 고용의 하방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두 명의 연준 이사도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 출신인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노동시장에 관해 우리가 가진 자료를 비춰볼 때 이달 29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스티븐 미란 이사는 "나는 0.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도 0.25%포인트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연준은 올해 총 0.7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달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AP통신>은 "파월 의장은 급격한 고용 둔화가 미국 경제에 점점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면서 "이는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두 번 더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라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뛰는 집값에 나는 환율…한은, 완화적 통화정책 '제동'
금리 인하에 청신호가 켜진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데, 시장에서는 '동결'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경기 둔화 우려에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인하한 이후, 7월과 8월엔 두 차례 연속 동결한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에도 금리 동결을 이어가며 세 차례 연속 숨 고르기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달 동결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우선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에도 수도권 집값 상승폭이 지난달부터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이재명정부의 세 번째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그 효과를 확인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집값 기대심리를 잡기 위한 정부와 한은 간 정책 공조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동결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여기에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도 동결 전망에 무게를 싣습니다. 추석 직전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1420원대까지 치솟았고, 미·중 무역 갈등까지 재점화하면서 1430원대마저 뚫었습니다. 이에 외환당국은 지난 13일 1년6개월 만에 공식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부동산과 환율이 발목을 잡으면서 일각에서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지 않고 연 2.50%로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은 금통위는 10월과 11월 총 두 번 남았는데,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진 점, 잇따른 부동산 관련 규제 정책이 나온 점을 고려해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만장일치 동결할 것"이라며 "10월뿐만 아니라 11월에도 동결해 연내 동결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6월과 9월에 이어 10월에도 펼치고 있는데, 11월 금통위 전까지 이번 대책의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무라도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과열된 주택시장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종료하려고 할 것"이라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적인 동결을 단행하고, 2026년 내내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는 시그널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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