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주가지수 5000 시대가 현실이 되기 위한 제언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25-10-27 06:00:00 2025-10-27 06:00:00
살다보면 이상(理想)이 현실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 주식시장 이야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코스피 5000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수 2500 시절, 2배 올리겠다는 공약(空約)같던 공약(公約)이 실현되고 있다. '국장탈출은 지능순'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 '국장진입은 지능순'으로 전화(轉化)되고 있다.
 
불가능이 거저 가능하게 되지는 않는다. 세상만사는 모두 이유 있는 결과이다. 현재까지 지수 상승의 일등 공신은 정부다. 새 정부는 자본시장을 성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삼았다. 주주가치 제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주식시장 수요기반 확층을 통해 코리아프리미엄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포함한 일반주주의 권익 증진을 위한 상법개정, 시세조종·내부거래·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및 첫 사례 적용, 첨단기업에 대한 150조원 플러스 알파의 국민성장펀드 조성 계획 발표 등이 이뤄졌다.
 
역대급으로 빠른 실행력이다. 무엇보다도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정 최고책임자의 의지가 확고하다. 취임 후 첫 기관방문이 한국거래소였고 한국의 IR을 위해 글로벌투자자와도 만났다.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무언가 확실히 다르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충분한 빌드업이다.
 
지금부턴 기업 실적 뒷받침돼야
 
하지만 제도나 규정 개정, 투자환경 조성 등을 통한 주식시장 상승은 여기까지다. 지금부터는 기업의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수 4000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3~1.4 정도이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자본시장 개혁을 단행한 일본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추가 상승을 통해 지수 5000에 도달하기 위해 자본시장 관점에서 창의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혁신기업을 키워야 한다. AI 등 첨단산업이 등장하면서 산업구조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의 자산총액 기준 10대 기업은 20년 전과 비교 시 1개만 살아있다. 한국은 8개 기업이 그대로다. 국민이 믿고 투자할 만한 신생 기업이 많아져야 자본시장이 커진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성장펀드'는 분명 의미 있는 시도이다. 다만 '얼마를 모으느냐'보다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정책펀드들이 조성되었으나 그 끝은 흐지부지 되었다. 국민성장펀드는 이전 펀드들과 차별화해야 한다. 투자기업 선정 시 정치한 심사시스템을 통해 사업성을 평가해야 하며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한 사후관리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자금이 기술·혁신·지역기업 등 미래 성장 분야로 흘러가야 진짜 성장이 된다.
 
둘째,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아직도 금융의 무게중심은 부동산과 수도권에 치우쳐 있다. 이런 구조는 지역경제 약화와 부동산 투기로 이어져 기업들의 성장 기회를 앗아간다. '생산적 금융'이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돼야 한다. 자본시장이 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중심에 서야 한다. 이를 위해 발행어음과 IMA 제도 개편,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 모험자본 투자 시 증권사의 NCR 위험값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
 
셋째,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중요하다. 정부가 시장에 기대를 줬다면, 그 기대를 스스로 흔들지 말아야 한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과 같은 혼선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정책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을 출범시켰다. 1년의 한시적 조직이다. 먼저 상시화와 함께 조사공무원 등 인력을 더욱 늘려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이상거래 인지, 검사, 조사, 심의, 의결, 수사 등 일련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효율적이고 강력한 기관이 필요하다. 필자가 오래 전부터 주창해 온 한국판 SEC가 기대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관련이다. 주식투자는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 맞고 주식시장 건전화를 위해 한계기업 정리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 K-OTC를 통해 재기의 발판을 모색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투자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주식시장은 투기의 장이 아니다. 한국의 주식회전율은 전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이다. 건실하고 전도유망한 기업과 오랫동안 함께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한 배당소득세율 차등 등의 혜택을 고려할 만하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K-주식 시대 펼쳐지길 고대
 
주가지수 5000 시대는 기대만으로 도래하지 않는다. 기대가 현실이 되지 않으면 주가는 거품이 되고, 그 거품은 언젠가 터진다. 더구나 관세 등 대외환경이 녹록 않다. 지금의 상승세에 취하기보다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가지수 5000포인트는 목표가 아니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 혁신, 그리고 실행이다. K-팝, K-푸드, K-뷰티에 이어 K-주식 시대가 펼쳐지기를 고대해 본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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