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평가 대상 13개 정책금융기관 중 기획재정위원회 소관의 한국수출입은행과 국토교통위원회 소관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그리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의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대한 국정감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올해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을 운용하는 정책금융기관이 기금 사용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도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지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 실적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수은 EDCF 대기업 편중 문제 제기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기재위 국감에서는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운영이 대기업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EDCF 사업 입찰 규모가 2020년 3000억원에서 올해 3조4000억원으로 11배 이상 늘었지만, 중소기업이 입찰을 딴 비중은 2.4%로 급감했다"며 "중견기업을 포함하더라도 96%였던 비중이 17%로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소기업을 위한 우대 조치 프로그램인 소액 차관 제도와 관련해 "지난 5년간 승인된 건이 2건뿐이고, 실제 집행된 건수는 0건"이라면서 "중소기업의 소액 차관 기준을 현행 700만달러에서 2000만달러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총 2조2027억원 규모의
현대로템(064350) 모로코 자동차 사업과 관련해 "이 사업이 진행되고 전체 예산이 조정이 안 되면서 다른 중소기업이나 다른 나라의 EDCF 사업에 영향을 끼쳤다"며 "에티오피아 사업의 선수금이 30%에서 15%로, 튀니지 사업은 20%에서 15%로, 라오스 사업은 25%에서 18%로 조정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수금이 줄면 하도급사들은 금융권에서 자금을 대출받아 사업 수행 준비자금을 쓰기 때문에 선수금이 삭감되면 상당히 어려움에 처한다"며 "EDCF로 하는 대형 규모 사업이 있어 다른 사업에 영향이 있다면 사전에 예고하거나 전체 예산 운용 방향에 대해 수은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끝나지 않는 전세사기…제도 개선 필요 공감대
지난달 21일 대전 국가철도공단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용갑 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국토위 국감에서는 HUG를 대상으로 전세사기 근절과 관련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2023년 이후 급등한 전세사고 문제를 지적하며 보증사고 예방과 악성임대인 제재 강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박용갑 민주당 의원은 미성년자 임대인 전세사기 증가 문제와 임차인 보증보험 가입 거절로 인한 피해를 주요 쟁점으로 제시했습니다. 박 의원은 "미성년자 전세사기 피해액이 2022년 1억원에서 2023년 10억원, 2024년 34억원으로 급증했다"며 "미성년자가 임대인이 될 경우 법정대리인 또는 연대보증을 두어 사고 발생 시 HUG가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박 의원은 "현재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임대차 계약을 한 뒤에 가능하지만, 거절될 경우 보증금을 못 받을 위험에 처한다"며 "보증보험 가입 전 HUG에 보증금을 예치하고, 승인 시 임대인에게 지급하고 불허되면 임차인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날 악성 임대인에 대한 제재 강화 조치도 거론됐는데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전세보증금 상습채무불이행자의 경우 명단만 공개하고 경매 신청하는 게 끝이기 때문에 전세사기가 끊이지 않는다"며 "고액 체납자, 양육비 미지급자, 임금체불 사업주처럼 출국금지·정부 지원 제한·금융 조회 제한 등 실질적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쟁터 출장 논란 KIND…중소 선사 지원 미흡한 해진공
KIND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임직원을 출장 보내면서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전용기 의원은 23일 국토위 국감에서 KIND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추진을 위해 직원들을 파견한 것과 관련해 "KIND 직원들이 현지에서 매일 생존 신고를 하며 방공호에 숨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며 "이런 출장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전 의원에 따르면 KIND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에 직원을 파견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간 실제 대규모 공습과 드론 공격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 의원은 "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도 마찬가지지만, 내전 발생 지역 사업은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KIND는 지원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혁신파트너십프로그램(EIPP)과 같은 사업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정책금융 지원 문제는 농해수위 국감에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농해수위 국감에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해양진흥공사의 중소 선사 지원과 대형 선사 지원 비율 차이가 크게 난다"며 "소형 선사에 대한 지원이 11% 수준으로, 중소형 선사에 대한 금융지원 요청이 잘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기업 선사에 투자하는 것 이상으로 중소 선사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도록 유도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조 의원은 중소 선사의 대규모 폐업과 관련해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대형 조선소보다 중소형 조선소에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데 정작 중소 조선소는 문을 닫고 있다"면서 "선사는 해양수산부가 관할하고 조선소는 산업부가 관할하는데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정책금융기관의 공통된 문제는 대기업 중심의 지원 편중과 더딘 제도 개선으로,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수출입은행 EDCF 사업의 중소기업 입찰 비중이 2%대까지 하락한 것은 시장 실패를 보완해야 할 정책금융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했음에도 실질적 개선이 미진한 HUG 사례는 정책금융기관이 국민 생활안전망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각 기관은 국감 지적을 계기로 중소기업 지원 확대와 서민 보호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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