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로저 비비에', '샤넬', '디올'…김건희특검이 최근 김건희씨를 수사하면서 고가의 명품 찾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최근 김씨 자택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해 디올 의류와 액세서리 약 30개 등을 확보, 획득 경위 등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청탁성 수수'가 아닌지 의심하는 겁니다. 또 금거북이 등으로 매관매직 의혹을 받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을 소환하는 등 고가 물품을 바탕으로 구체적 증거가 확보된 건을 수사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관련자 소환과 대질, 진술을 통해 퍼즐을 맞추는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중대 사건보다는 뚜렷한 물증이 존재해 객관적 입증이 쉽고 기소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특검이 정작 더 큰 사건인 명태균 게이트나 자생한방병원 유착 의혹 등은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소위 '생색'낼 사건만 건들고 있다는 겁니다.
김건희특검이 지난 6일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씨 부부의 주거지인 아크로비스타와 관련 사무실인 21그램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건희특검은 지난 6일 윤석열씨 부부의 주거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습니다. 특검은 이곳에서 디올 재킷과 벨트, 액세서리 등을 30여점의 물품을 압수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디올 명품은 재킷 16벌과 벨트 7개, 팔찌 4개 등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특검이 압수수색에 나선 이유는 김태영 21그램 대표의 아내인 조모씨가 2022년 4월~8월 사이 김씨에게 관저 공사 수주 등을 청탁하면서 디올의 고가 선물을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이 대통령 관저 공사를 따낸 데에는 김씨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걸로 보는 겁니다. 이에 특검은 조모씨에 대해선 청탁금지법 피의자, 김씨는 참고인으로 적시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압수수색 등을 통해 특검은 100만원대 로저 비비에 손가방 1점도 확보했습니다. 해당 물품은 국민의힘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의 부인이 김씨에게 보낸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가방 안엔 김 의원 부인이 '당대표 당선에 도움을 줘서 감사하다'며 김씨에게 쓴 감사 편지가 있었던 겁니다. 공교롭게도 현재 특검은 '통일교의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의혹은 지난 2023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당시 윤석열씨 부부가 통일교 신자들을 당원으로 대거 입당시켜 권성동 의원이나 김 의원 등이 당대표로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왔다는 내용입니다.
아울러 특검은 이배용 전 교육위원장을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13일 재소환키로 했습니다. 이 전 위원장은 김씨에게 금거북이 등 금품을 건네고 인사를 청탁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특검은 이 전 위원장이 재직할 당시,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인 '세한도' 복제품을 김씨에게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의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전 위원장은 금거북이 등 선물을 김씨에게 준 건 맞지만, 공직을 청탁했다는 의혹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다른 공예품들에 대해서도 '몇만원 대 기념품일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명태균씨가 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에 마련된 김건희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각각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건희특검은 수사 기한은 이달 28일까지입니다. 마지막 수사 기한을 한 달 더 연장할 경우 12월28일까지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특검은 '생색내기 수사'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특검이 귀금속 등 물품으로 증거를 확실히 제시할 수 있는 사건이나 혹은 특정 인물에 맞춘 수사로 공소가 가능한 건에 대해서만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현재로서 사실상 특검이 수사를 더 확대할 수 없는 시기에 도달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다보니 12·3 계엄의 단초가 된 '명태균 게이트', 특검이 지난 9월부터 수사를 본격화한 걸로 알려졌던 '윤석열정부-자생한방병원 유착 의혹' 등 큰 사건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물론 특검은 지난 8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명태균씨를 소환, 대질신문을 진행하며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했습니다. 그러나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다른 핵심 인물들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진태 강원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에 대해선 손을 못 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윤석열정부와 자생한방병원 유착 의혹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건희특검은 지난 9월29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지연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배임 혐의 피의자로 소환한 바 있습니다.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의 차녀이기도 한 신씨인 김건희씨와 친분이 두터운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씨 일가가 받는 의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당시 일반인 신분임에도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의혹 △신씨가 대표로 있던 자생바이오 90억원 비자금 의혹 △자생한방병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제공 의혹 △자생한방병원 자체 개발 한약 '청파전' 건강보험급여 혜택 의혹 △22대 총선 당시 이원모 전 비서관 경기 용인갑 공천 개입 의혹 등 입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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