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남욱 변호사가 7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대장동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검찰의 ‘강압수사’를 폭로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특히 정일권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부부장검사(현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1부장검사)가 자신의 자녀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그때 이후로는 사실과 다르지만 검찰 수사 방향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남욱 변호사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이날 정 전 실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남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이 1심 재판에서 징역 4~8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뒤 처음 열린 대장동 사건 관련 재판입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남 변호사는 자신의 1심 판결이 검찰의 강압수사에 따른 허위 진술을 기반으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사 당시 검사들의 실명까지 언급하며 검찰의 강압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남 변호사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시점은 2022년 9월입니다. 앞서 그는 2021년 11월 대장동 개발 비리에 따른 배임 혐의로 첫 기소된 뒤에도 계속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다가 2022년 9월 중순 검찰 구치감에 수용돼 2박 3일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조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이 당시 정일권 검사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이 남 변호사에게 “구속 피고인인데도 압수수색 당하고 체포영장으로 체포돼 (검찰 내) 구치감에 갇혔다. 공소사실 부인에 대한 보복이라고 느꼈느냐”라고 묻자, 그는 “그런 것도 있고 향후 있을 이재명 포함 수사에 대한 압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심지어 검사에게 처음엔 ‘배를 가르겠다’라는 말까지 들었다”라며 “(검사가)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서 구속된 상태에서 검사들 수사 방향을 안 따라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말하면서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정 검사는 남 변호사를 수사하는 담당 검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남 변호사에게 공공연히 진술을 강요하는 압박을 가한 겁니다. 남 변호사는 당시 대장동 수사에선 담당 검사가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검사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경우 담당 검사가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당시 정 검사의 말을 듣고는 김만배씨에게도 검찰에 수사에 협조하라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이 “(검사가) 배를 가르겠다고 압박했고 그 말에 굴복해서 (김씨에게) 제안한 것이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맞다”고 답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처음에 자신에게 강압수사를 한 검사를 ‘높은 검사님’이라고 칭하면서 실명 언급을 피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오늘 진술이) 기존 진술과 다른 것이라서 물어볼 수밖에 없다”면서 남 변호사에세 당시 검사의 실명을 계속 물었습니다. 이에 남 변호사는 그때 검사가 정일권 검사라고 말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정 검사가) 우리 애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애들 봐야 할 것 아니냐, 여기 있을 거냐.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드러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다’고 했다”며 “(정 검사가) ‘내려가서 고민 좀 해보고 내일 담당 검사랑 얘기해봐라’(고 말했다) 그날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그때 이후로 “가급적 이재명·정진상 수사에 협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이 “남 변호사가 알지 못하는 것에 ‘그렇게 이해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며 검사 질문에 맞춰 진술했느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그런 면이 있다”며 “제가 경험한 게 아니라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재판부가 “지인 조사에 대한 압박감 등 때문에 사실과 다른 거 알지만 ‘~라고 생각한다’며 다르게 말했느냐”고 재차 묻자, 남 변호사는 “그런 부분도 있다. 인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남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 진술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과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관련성을 인정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그는 “저는 송민주 검사 방에 있었는데, 옆방에서 김형석 검사가 유동규와 같이 와서 ‘유동규가 이렇게 말하는데 기억하느냐’, ‘유동규와 왜 다르게 말하느냐’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 진술에 따라 진술이 바뀐 포인트가 뭐냐”고 묻자, 그는 “뇌물이 제일 크다. 김용·정진상에 대한 이야기는 수사 과정에서 들은 게 명확하다”며 “그 외에도 (유동규가) 정진상에게 보고했고 시장님한테 승인받았다고 하는데 다 처음 들은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이날 재판부에 검찰의 ‘허위 조작 수사’를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남 변호사는 “(대장동 혐의에 관한 검찰 수사는) 조작된 시나리오다. 제가 제 목을 걸고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거짓이라면 처벌은 추가적으로 지겠다. 왜 (위법 수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지 모르겠는데, 허위 조작 수사 충분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이 “수사가 이뤄지면 적극적으로 증언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남 변호사는 “수사가 이뤄지면 (강압 수사받은) 제 지인도 조사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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