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깜깜이 경제지표에도…트럼프 자화자찬 '낙관론'
'침체 없다'는 미국 정부...근거는 '실종'·지표는 '마비'
소비자심리 역사적 저점....관세 철회로 정책 급선회
2025-11-24 14:18:10 2025-11-24 15:15:59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경기침체 우려를 공개적으로 일축하며 '2026년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연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정책 기조가 눈에 띄게 후퇴하고 관세·물가정책이 급선회하는 등 이른바 '꽁무니 빼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역사상 최장기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인해 미국 경제의 체온을 보여줄 각종 지표가 발표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깜깜이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거셉니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정권 퇴진(Remove the Regime)’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UPI 연합뉴스)
 
객관적 근거 없이경기침체 우려 '없다'
 
23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전체가 침체할 위험은 없다"며 "2026년 경제 전망에 대해 매우 자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년에는 노동자 가계에 세금 환급이 돌아가고 무역 합의 확대로 고용이 늘어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도 주택·금리에 민감한 업종이 이미 고전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둔화 리스크 전반은 부인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시장에서는 "지표가 없으니 위기 신호를 모른 척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이 나옵니다. 
 
실제 이 같은 '자신론'은 통계적 근거가 사실상 부재합니다. 셧다운 여파로 10월 소비자물가(CPI), 소매판매, 고용보고서 등 필수 지표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12월 이후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연방준비제도(Fed)조차 '데이터 부재 속 정책 결정 위험'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행정부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마치 안개 속에서 운전하는 것 같다"며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을 내리면 정책 오류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데이터 부재는 경제 전반을 눈먼 상태로 만드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셧다운은 단순 행정 중단을 넘어 경제 관측 자체를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물가·고용·생산 등 핵심 지표는 수집 과정이 멈췄고, 정부 기관은 "누락된 데이터를 복원할 수 없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지표 없는 경기 관리'라는 초유의 실험대에 올랐습니다. 
 
정책 당국은 경기 과열인지 둔화인지조차 명확히 판단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재정·무역 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이 소비·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소비자심리는 이미 역사적 저점 근처까지 떨어졌고 기업 설비투자도 둔화 조짐을 보입니다. 실제 미시간대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1로 역사적 저점권에 머물렀고 현재 경기판단 지수는 51.1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경기침체 우려를 공개적으로 일축하며 '2026년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 론에 도착한 뒤 걸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UPI 연합뉴스)
 
관세 철폐·면제 러시…'정책 후퇴? 정치적 방어?'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행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관세 후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산 커피·소고기·오렌지주스 등 200여개 식품에 부과된 40% 수준의 관세를 전격 면제했습니다. 앞서 트럼프는 식료품 전반에 부과했던 10% 상호관세도 철폐했습니다. 이는 "관세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다"던 기존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모습입니다. 식품 물가가 한 해 10% 이상 치솟고 소비자 불만이 지방선거에서 표심으로 드러나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식료품 가격 상승의 일부 요인이라고 지적하며, 내년에는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더 많이 전가하면서 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간사 리처드 닐은 "트럼프 행정부는 스스로 만든 불을 끄고 그것을 성과라 주장하고 있다"며 "관세 시행 이후 제조업은 매달 축소되고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상승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백악관은 식료품 외 주거비·생활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주 중 건강보험료 인하와 관련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저소득·중산층 대상 2000달러 직접 지원, 의약품 가격 인하, 에너지 비용 절감, 추가 관세 인하 가능성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러한 처방들이 단기간에 체감 물가를 낮추기는 어렵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권자들은 생활비 전반을 낮추는 폭넓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다"며 "대부분의 가격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시장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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