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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전력기기 산업이 구조적 호황 구간에 진입한 모습이다.
LS(006260)일렉트릭·
효성중공업(298040)·
HD현대일렉트릭(267260) 등 국내 전력업체 3사의 누적 수주 잔액이 3분기 말 기준 약 30조원에 육박하면서, 전력 인프라 산업을 중심으로 한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중전기 산업의 공급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2년 만에 수주 잔액 90% 증가
27일 이들 3사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수주 잔액 총합은 약 28조원이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3년 같은 기간 14조8108억원에서 9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 3년간 매년 수주 잔액이 30% 이상씩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30조원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력기기 산업이 주문형 생산 구조라는 점에서 수주 잔액은 곧 향후 수년간의 일감과 매출 기반을 확보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전력 산업 전반의 수요 확대는 AI 데이터센터가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규모 연산을 전제로 한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산업 시설 대비 압도적인 전력 사용이 필요하다. 송배전 인프라 확충이 선행되지 않으면 착공 자체가 지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일정이 수개월 이상 밀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전기 산업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며 “미국 곳곳에서 전기가 부족해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될 정도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전력 수요에 CAPA 확대 '가속'
이 같은 흐름 속에서 LS일렉트릭은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의 3분기 기준 수주 잔액은 4조1000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2000억원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초고압 변압기 수주 잔액이 1조9000억원에 달하며 전체 수주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국내외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액은 1조원에 육박하며, 이 중 북미 지역 비중이 약 8000억원에 달한다.
LS일렉트릭은 배전 분야에서 쌓은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초고압 송전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대형 민간 전력 유틸리티와 4598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525kV급 초고압 변압기를 납품하는 계약으로, 단일 초고압 변압기 계약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해당 계약은 기존에 납품하던 제품의 상위 전압 제품을 추가로 수주한 사례로, 품질과 공급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LS일렉트릭의 북미 공장 생산능력(CAPA)이 이미 2027년까지 상당 부분 확보된 상태라는 점에서, 향후 추가 증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아예 북미 생산 거점 확대에 승부를 걸었다. 회사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 2300억원을 추가 투자해 2028년까지 CAPA를 5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그간 멤피스 공장 증설에 세 차례에 거쳐 투입된 누적 투자금만 4400억원에 달한다.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 유일하게 765kV급 초고압 변압기의 설계와 생산이 가능한 곳으로, 효성중공업은 해당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전력 시장은 노후 송전망 교체와 AI 확산이 겹치며 구조적인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했다. 전력사업자들은 오는 2040년까지 수백 기가와트(GW) 규모의 신규 전력 공급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에 따라 초고압 송전망과 변압기 발주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효성중공업은 현지 생산기지를 통해 적기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능력을 앞세워 미국 전력 사업자들의 장기 파트너 역할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전력 슈퍼사이클의 또 다른 수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수주 잔액은 9조6000억원으로, 2021년 말 대비 약 4배 확대됐다. 고부가가치 변압기와 배전기기 중심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수익성과 재무구조도 동시에 개선됐다. 실제 영업이익률은 2021년 0%대에서 올 3분기 23%를 넘겼고, 순차입금은 순현금 구조로 전환됐다.
투자업계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구조적 개선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HD현대일렉트릭의 회사채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하며, 수주 잔고 확대와 현금창출력 개선, 재무 안정성 강화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다만 향후 수요 확대에 대응한 설비투자(CAPEX) 부담은 일정 부분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변압기 CAPA 확충과 배전 신공장 건설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AI 데이터센터를 필두로 한 전력 수요 확대가 최소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전기 산업의 특성상 신규 설비 증설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공급 제약이 단기간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력업계 한 전문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일반적인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산업 구조가 바뀌는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라며 “앞으로 전력 인프라를 누가 얼마나 빨리,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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