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홈플러스 건물 전경. (사진=이수정 기자)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인수 본입찰 응찰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10만명의 생계가 걸린 홈플러스 정상화가 다시 미궁으로 빠졌습니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일인 내달 29일까지 입찰자를 계속 받아보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이미 경쟁력을 잃은 홈플러스가 정상적인 매각 과정에 돌입하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6일 홈플러스 공개 매각 본입찰 마감 시점(오후 3시) 기준으로 입찰서를 제출한 업체가 없음을 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31일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던 AI 업체 하이렉스인포텍과 부동산 개발업체 스노마드도 본입찰에는 불참했습니다.
정치권에서 홈플러스 인수를 압박하고 있는 농협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도 연간 각각 400억 적자로 이미 직원을 200명 이상 구조조정한 상황에서 추가 인수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섭니다.
홈플러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인수합병(M&A)인 만큼 이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내수 침체와 이커머스 시장 확대로 오프라인 유통업 부진이 계속되고, 직·간접 고용 인원이 10만명이 넘는 홈플러스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특히 기업가치는 7조원에 이르는 반면, 매월 전년 대비 매출이 10%~20%씩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인수 매력을 깎는 대목입니다. 가격은 비싼데 사업은 쪼그라드는 상황인 겁니다. 실제 대형 홈플러스 매출을 살펴보면 지난 7월 4811억원, 8월 4608억원, 9월 427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홈플러스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생계에 타격을 받는 노동자들은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홈플러스 노조와 입점 업체들은 정부 주도의 M&A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노조 지도부는 "수십만 생계를 지켜달라"며 지난 8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국회 여당에선 대주주 MBK파트너스 책임론도 여전히 흘러나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홈플러스 인수 본입찰이 무산된 것에 대해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MBK와 홈플러스에만 맡겨서는 더 이상 해결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MBK의 책임은 엄중하게 묻되 홈플러스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며 "더는 지체하지 않고 당정이 합력해 연합자산 관리 등 공적 구조조정 회사가 불투명한 채무구조를 조정해 전문 유통 경영을 할 회사가 인수에 나서게 하는 방안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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