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전 세계 건화물 해상운임을 대표하는 발틱운임지수(BDI)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아프리카 기니발 철광석 물동량 확대와 대형선 부족 현상이 겹치면서 초대형 벌크선인 케이프사이즈(Capesize) 운임이 폭등한 결과입니다. 벌크선 해운사는 연말 실적 개선 기대감에 환호하고 있지만, 철강업계는 관세·물류비 부담이 동시에 커지며 복합 리스크에 직면하는 모양새입니다.
팬오션의 벌크선. (사진=팬오션)
3일 BDI는 전날 기준 2600을 기록하며 2023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습니다. 연초 저점 대비 264% 뛰었고, 1년 전과 비교해도 두 배 수준입니다. 특히 11월 한 달 동안에만 30% 급등하는 등 상승세가 가팔랐습니다. BDI는 발틱 해운거래소가 발표하는 해운운임지수로 석탄, 철광석, 곡물 등 원자재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냅니다.
BDI 상승은 중국의 철광석·보크사이트 수입 확대와 서아프리카 기니발 물동량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됩니다. 기니의 ‘시만두(Simandou) 프로젝트’가 지난달 첫 상업용 철광석 선적에 돌입하면서 호주–중국 항로보다 세 배 이상 긴 장거리 항로가 새로 열려 대형선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여기에 기니산 보크사이트 수입 증가와 중국의 신형 인프라 투자 확대가 더해지며 대형선 공급 부족이 심화됐고, 이로 인해 해상 운임의 강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내년 업황과 관련해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석탄 물동량 감소로 중소형선 시황 개선 여력은 제한되지만 아프리카발 철광석 수출이 26% 증가하면서 대형선 중심으로 전체 벌크 물동량은 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팬오션과 대한해운은 대형 벌크선 비중이 높아 수혜가 예상됩니다. 두 회사는 포스코·발레 등과 장기운송계약을 다수 확보한 상태에서 단기 시장 운임까지 뛰고 있어 실적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12MF PBR)이 팬오션 0.4배, 대한해운 0.3배로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아직 역사적 하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철강업계는 BDI 급등을 반갑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운임이 오르면 철광석·석탄 등 원재료 운송비가 상승하고, 이는 곧바로 제조원가 증가로 이어집니다. 앞서 미국의 한국산 철강 관세 50% 유지까지 더해지며, 국내 철강사들의 부담은 한층 커진 상황입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글로벌 광산 지분 투자 확대와 자동차 강판 중심의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로 원가 압력을 일부 방어하고 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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