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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5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SK에코플랜트가 하이테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과거 주택·개발 사업에서 발생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과 기한이익상실(EOD) 관련 금융 약정이 재무 구조에 일정 부분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한이익상실 사유에 노출된 금액은 자본총계의 약 38% 수준으로, 이는 PF 보증과 관련해 시장 악화 시 회사가 부담할 수 있는 최대 익스포저(위험 노출도)를 의미한다. 특히 PF 노출이 기타사업에 집중돼 있어, 분양·임차 성과와 엑시트(자금 회수) 진행 상황에 따라 관련 부담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사업 전환 국면에 있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구조적 과제로도 해석된다.
SK에코플랜트 서울 중구 본사(사진=SK에코플랜트)
기타사업 브릿지론만 4천억대…1년 내 만기 물량 집중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올해 3분기 말 기준 정비·기타사업 PF 보증과 관련해, 차주가 원리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시공사·차주에 부도 사유가 발생할 경우 총 2조 1002억원 규모의 대출에 대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할 수 있는 약정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보다 15% 늘어난 수치다.
기한이익상실이란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대출 만기와 관계없이 금융기관이 즉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로, 실제 부실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유동성 압박이 한꺼번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 리스크로 분류된다. 해당 금액은 SK에코플랜트의 자본총계 약 5조 5000억원 대비 약 38% 수준이다. 이는 주요 건설사들이 2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꽤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기한이익상실 리스크는 PF 신용보강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같은 기간 SK에코플랜트는 PF와 관련해 총 2조7988억원(지난해 말 2조2350억원)을 한도로 신용보강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대출잔액은 2조1002억원(지난해 말 1조81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신용보강 한도와 대출잔액이 모두 증가한 수치다. 정비·기타를 포함한 단독사업 대출잔액은 1조5912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컨소시엄 참여 사업 대출잔액은 5090억원 수준이었다. 기한이익상실이 실제 발생할 경우, 이러한 단독 PF 중심 구조가 재무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특히 PF 노출은 단독사업, 그중에서도 기타사업에 집중된 모습이다. 단독 정비사업 PF의 보증금액은 835억원, 대출잔액은 755억원에 그친 반면, 단독 기타사업 PF의 보증금액은 2조542억원, 대출잔액은 1조 5156억원으로 규모 차이가 크다. 보증금액은 시공사가 실제로 부담하는 책임 범위를, 대출잔액은 금융계약상 원리금이 걸려 있는 실질 노출액을 의미하는데, 두 지표 모두 정비사업보다 기타사업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과거 자체·개발사업에서 발생한 부담이 여전히 재무에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총 25건의 정비·기타사업 PF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정비사업은 7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18건은 모두 기타사업이다. 특히 기타사업 중 브릿지론 잔액만 4000억원대 규모로, 모두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단기성 자금이라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지역 공동주택 사업에서 1460억원, 부산광역시 업무시설 사업에서 2584억원의 브릿지론 대출잔액이 발생한 상태며, 브릿지론 특성상 본PF 전환이나 분양·임차 성과가 상환 재원의 핵심이 되는 만큼 관련 사업장의 엑시트 진행 속도가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실제 현재 SK에코플랜트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주요 PF 사업장 가운데, 대구 본리동 주상복합(하랑엘앤디·비오비플래닝 시행)과 김포 물류센터(케이원 김포로지스), 청라 지식산업센터 등은 시장 여건 악화로 분양·임차·엑시트 속도가 더딘 대표적인 관리 대상 사업장으로 꼽힌다. 이 중 대구 달서구 본리동 일원에서 추진 중인 주상복합 개발사업은 2023년 7월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전환됐지만, 이후 대구 지역 주택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착공과 분양이 모두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학운리에 위치한 '케이원 김포로지스 물류센터'는 준공 자체보다는 준공 이후 시장 환경이 예상보다 더 악화됐다는 점에서 난도가 높았던 사례로 평가된다. 물류센터 공급 과잉과 임차 수요 위축이 맞물리면서, 통상적인 엑시트 경로인 임대 안정화나 매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SK에코플랜트는 지식산업센터 등 분양형 개발사업도 다수 진행해왔는데, 최근까지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들 사업의 분양률 저하 및 잔금 미납 문제가 대두된 바 있었다. 대표 사례가 인천의 '청라 SK V1 지식산업센터'는 2023년 말 준공돼 2024년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분양 계약자들의 잔금 미납이 대거 발생하며 사실상 미분양에 준하는 상황에 놓였다. 잔금 미납이 높다는 것은 건설사가 투자비 회수를 하지 못하고 해당 자산을 떠안게 됨을 의미한다.
하이테크로 사업 축 이동…잔여 PF 리스크는 통제 가능 수준
이는 SK에코플랜트의 PF 리스크가 단기간에 곧바로 현실화될 가능성을 의미한다기보다, 하이테크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과정 중 과거 사업에서 발생한 금융 약정 부담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정리할 수 있느냐가 향후 재무 안정성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SK에코플랜트는 사업 축이 하이테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하이테크 부문 매출은 4조7000억원을 넘기며 전체 연결매출 8조7927억원의 약 54%를 차지했다. 불과 1년 전 4000억원대에 머물렀던 하이테크 매출이 10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반면 주택·건축 사업이 포함된 솔루션 부문 매출은 같은 기간 4조1227억원에서 2조5547억원으로 줄어 비중이 30% 아래로 내려왔다. 특히 올해 3분기에는 솔루션 부문 내에서 건축·주택 매출이 별도로 집계되지도 않았다.
이렇듯 회사 내부적으로는 하이테크 중심으로 사업 전환이 본격화된 만큼, PF 리스크는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단 SK에코플랜트의 PF 우발채무 가운데 브릿지론은 서울과 부산 등 2개 사업장에서만 발생했으며, 실제 2021~2022년에 체결된 브릿지론 상당수는 2년 이내 본PF 전환이 이뤄졌거나 전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서울 송파 장기전세주택 개발사업은 2022년 브릿지 대출 이후 본PF 전환이 추진됐고, 부산 해운대 홈플러스 부지 개발사업 역시 브릿지론 신용보강 이후 현재 본PF 전환을 앞두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와의 통화에서 "향후 신규 개발사업에 대한 PF 노출을 최소화하고, 기존 사업의 회수·정리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자본 규모가 동종사 대비 두터운 편인 만큼 EOD 약정이 곧바로 유동성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또 지난해 말 우발부채로 계상됐던 PF 관련 항목 가운데 당분기 중 충당부채로 전환된 사례도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PF 개별 사업장별 세부 현황은 내부 관리 사안이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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