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이 지난 4월1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회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장관이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이사로 선임된 데 대한 시민사회 단체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 삼성물산의 사외이사인 최 전 장관을 IFRS 이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 "친삼성 인사의 회계 기구 요직 임명은 회계투명성 제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18일 논평을 통해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최중경의 과거 이력으로 볼 때 IFRS 재단의 이사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최근 차기 한국회계기준원장 1순위 후보에 이어 또다시 친삼성 인사가 회계기구의 요직에 추천된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전날 IFRS 재단의 이사로 최 이사가 선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먼저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최 전 장관이 IFRS 이사로 선임된 것은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중경은 2021년부터 삼성물산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며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소유한 최대주주로서, 최근 삼성생명 일탈회계를 둘러싼 논란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최근 회계당국이 삼성생명의 일탈회계 중단을 결정했고 곧 K-IFRS를 적용해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IFRS 재단의 이사로 삼성 측 인사가 선임된 것은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최 이사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과거 효성의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문제도 거론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효성은 2014년 7월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되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과 임원 해임 권고 조치를 받았으나, 최중경은 사외이사로서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지 않았다"며 "이후 해당 이사들의 재선임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 외에도 최중경은 효성과 애큐온캐피탈 두 곳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상태에서 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며 "업체 사외이사 겸직이 공인회계사회 업무와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겸직을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재개혁연대는 "삼성과의 이해충돌 소지가 있고 과거 사외이사로서 회계부정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지 못한 최중경이 과연 IFRS 재단 이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생명의 일탈회계를 옹호한 것으로 알려진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가 한국회계기준원장 후보 1순위로 선정된 점도 우려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만일 내년 초 한국회계기준원장으로 한종수 교수가 선임된다면, 최근 생명보험사 일탈회계를 중단하기로 한 회계당국의 입장과 충돌되기 때문에 삼성생명 일탈회계의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에 부적절한 원장 후보 선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차기 한국회계기준원장 유력 후보자와 IFRS 재단 이사 모두를 친삼성 인사로 선임한 것을 모두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한국과 국제 회계기준제정기구의 핵심 인사로 삼성 측 주장을 옹호하는 사람으로 채운다면 또 다른 편법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지난 16일 보도된 <(단독)IFRS 한국 몫에 삼성물산 사외이사 'MB맨 최중경'> 기사를 통해 IFRS 재단의 한국 몫 이사로 최중경 전 장관이 내정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 사외이사인 최 전 장관이 국내·국외 회계 문제를 다룰 IFRS 재단 이사를 겸임하게 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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