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사상 최고…한 돈 100만원 눈앞
환율·차익 실현에 26일 숨 고르기…국내 시세는 일시 조정
연준 완화 기조·중앙은행 매입 지속에 중장기 방향은 '상방'
2025-12-26 16:16:42 2025-12-26 16:41:11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국제 금값이 최근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국내 금값도 순금 한 돈 가격이 93만6000원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날 환율과 수급 영향으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기 조정으로 보고 중앙은행 매입 확대를 바탕으로 내년에도 금값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2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2시20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508.1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장중 한때는 4531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24일 기록한 장중 최고치(4525.77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올해 초 온스당 2800달러를 밑돌던 금값은 4월 3500달러, 10월 4000달러를 차례로 돌파한 뒤 최근 다시 강세 흐름을 재개했습니다. 국제 금값은 올해 들어 70% 이상 상승하며 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폭을 기록 중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내 금값도 고점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순금 한 돈(3.75g) 매입 가격은 93만6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최근 한 달간 금 한 돈 가격은 11% 넘게 올랐고, 올해 들어 상승률은 78%를 웃돌고 있습니다. 국내 금값은 올해 내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한 돈 100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다만 26일 들어 국내 금시세는 전 거래일 대비 소폭 하락했습니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국내 가격이 조정을 받은 것은 환율과 국내 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국내 금 가격은 국제 금 시세에 원·달러 환율을 곱해 산출되는 구조인 만큼, 최근 원화 강세로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화 기준 금값이 압박을 받았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국제 금값이 고점 부근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과거 저점에서 금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국내 금값 하락을 추세 전환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우세합니다. 국제 금시세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인하 기대에 의해 지지되고 있는 반면, 국내 시장은 환율 변동과 단기 수급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시적으로 국제 흐름과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는 평가입니다.
 
금값 강세의 배경으로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우선 거론됩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권을 겨냥해 원유 수출 차단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다, 글로벌 정치·외교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미국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금과 같은 무이자 자산은 금리가 하락할수록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줄어들어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도 금값 상승을 떠받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힙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 다변화와 달러 의존도 축소 차원에서 금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각국 중앙은행의 연간 금 매입 규모가 1000톤 이상으로 중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중앙은행 수요는 가격 변동과 관계없이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금값이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중앙은행 매입과 탈달러화 흐름을 감안하면 금값의 중장기 흐름은 여전히 우상향 쪽에 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도 금값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내년 말까지 금 가격 상승률을 23%로 제시하며, 상승 요인의 상당 부분을 중앙은행 매입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수요로 분석했습니다. 에바 만테이 ING 상품 전략가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환경에서는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시장에서는 금을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자산배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이나 지정학적 긴장이 커질 때 금은 주식이나 크레딧과의 동조성이 낮아지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 왔다"며 "자산배분 관점에서 금은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자산이기보다 포트폴리오 안에서 변동성을 완충하는 역할에 가까운 자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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