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전연주 기자] 서울시가 한강버스 운항 관리를 민간으로 넘기는 걸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오세훈표 치적' 쌓기에 공을 들였지만, 각종 잡음과 문제가 속출하자 결국 민간에 운항 관리권을 넘겨 부담을 덜어내려는 모양새입니다. 애초 서울시청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를 앞세워 공공 주도의 한강버스 운영 체제를 구축했지만,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민간 위탁이라는 '우회로'로 책임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현재는 민간에 운항 관리를 위탁할 계획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말 이랜드그룹 고위 관계자와 모처에서 회동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한강버스 운항 관리를 이크루즈로 넘기는 방안이 논의된 걸로 전해집니다. 한강에서 유람선 사업을 하는 이크루즈는 한강버스 운영사인 ㈜한강버스 출자자인데, 이랜드그룹 계열사이기도 합니다. ㈜한강버스는 2024년 6월 SH공사와 이크루즈가 총 100억원을 공동출자해 설립했습니다. 당시 SH공사는 51억원을 내고 지분 51%를, 이크루즈는 49억원으로 출자하고 지분 49%를 소유키로 했습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시청으로선 ㈜한강버스가 한강버스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무능하다고 말을 많이 들으니까 운항 관리를 이크루즈에 넘기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이크루즈는 한강버스 운항 관리 권한을 넘겨받으면 관련 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 새로 알아보는 중이라고"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강버스가 지난해 12월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선착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기서 문제는 오 시장이 치적을 만들기 위해 SH공사 주도로 한강버스를 운영키로 하고선 이제 와선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2024년 7월 SH공사와 이크루즈는 한강버스 운영을 위해 ㈜한강버스라는 SPC를 만들었습니다. 본지가 박주민 민주당 의원실로터 받은 '한강버스 출자자 협약서'에 따르면 양측의 업무에 관해 SH공사는 회계·총무·마케팅·사무행정을, 이크루즈는 운항 및 사무행정을 맡는 것으로 됐습니다. 업무 분담에 관해선 '㈜한강버스가 업무를 수행할 인력 채용 할 때까지 유효하다'는 단서가 달렸습니다.
현재 ㈜한강버스는 회계·총무·운항 등 인력을 채용, 자체적으로 운항 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SH공사 부장인 A씨는 파견 형태로 ㈜한강버스로 넘어가 경영본부장을 수행하는 중입니다. 결국 오 시장이 이랜드그룹 관계자를 만나 한강버스 위탁을 논의한 건 애초 이크루즈가 맡기로 한 운항 업무를 ㈜한강버스에서 수행하다가 다시 이크루즈로 넘기는 형태입니다. 지난해 11월15일 저녁 승객 82명을 태운 한강버스가 한강 한복판에서 멈추는 등 사고가 잦자 슬그머니 운항 관리 책임을 이크루즈로 전가한다는 비판이 불가피합니다.
실제로 한강버스는 운항 초기부터 결함과 고장이 반복됐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이영실 서울시의원을 통해 입수한 '한강버스 사고 개요(시스템 관련 사고)'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 사이에 핵심 장비 관련 고장은 수시로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9월22일 102호는 옥수선착장을 출발해 잠실로 향하던 중 방향타 문제를 일으켜 한강 위에서 20분이나 멈췄습니다. 당시 선박엔 승객 114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날 104호도 발전기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나흘 뒤인 9월26일에도 102호는 마곡선착장에서 조타 중 정침이 안 되는 고장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11월15일엔 104호가 첫 항차에서 발전기 원격 시동이 안 됐고, 배터리 충전량이 3%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배터리 모드로 비상 운항해야 했습니다.
특히 한강버스 선장들이 고장·사고 후 작성한 보고서엔 "시스템 안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운항 개시의 압박으로 불가피한 운항 투입"이라고 적혔습니다. 시스템이 안정되지 않았음에도 운항을 재개하라는 압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운항에 투입됐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SH공사나 ㈜한강버스 직원들은 선박 운항 관리에 대해 노하우가 전혀 없다"면서 "한겨울엔 배터리 동파 문제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이크루즈 측은 설령 서울시로부터 한강버스 운항 관리를 넘겨받더라도 '공짜로는 받지 않겠다'는 입장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그간 공공 주도의 한강버스 운영으로 문제가 앞으로 발생할 한강버스 하자와 관련해서는 보수 비용을 받는 조건을 검토 중이라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크루즈도 기업이다. 이크루즈는 운항 관리를 그냥은 못 받고 보수 비용을 다 받는 조건으로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오세훈 시장과 이랜드그룹 측이 회동한 점 △한강버스 운항 관리 권한을 넘기는 논의가 있었던 점 △오 시장이 한강버스에 관한 부정적 여론과 논란을 의식해 운항 관리 권한을 넘기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지적이 나오는 점 등에 관한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이런 논의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이크루즈에 (운항 관리) 권한 위탁할 계획은 없다"면서 "오 시장과 이랜드그룹 관계자가 만난 사실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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