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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27일 16:3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 년간 공개매수를 통한 자발적 상장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모펀드(PEF)에 인수된 기업들이 공개매수를 거친 뒤 잔여 지분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정리하며 상장폐지를 마무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개매수 가격 산정의 형평성 논란과 함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소수주주 지분을 사실상 강제로 매수하는 이른바 '스퀴즈 아웃'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기업과 주주 간 분쟁으로 비화되는 한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려는 상법 개정안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에 <IB토마토>는 최근 공개매수 사례를 중심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짚어보고, 소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공개매수가 진행될 때마다 소수주주를 사실상 '축출'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치권에서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무공개매수는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매수할 때 정해진 비율 이상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경영자와 소수주주 간 가격 차등을 해소하고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사진=국회의사당)
지배주주 '프리미엄 독식' 논란에 의무공개매수 재도입 논의
27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위원회 심사를 받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1998년 폐지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다.
현재 상법에서는 합병이나 영업양수도의 경우 주주총회 결의와 주식매수청수권 등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 방식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선택하고 있는 포괄적 주식교환 등 주식양수도 방식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소수주주에게는 공유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는 경영자와 소수주주 사이에서 가격 차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개매수 시 소수주주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국내에서도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M&A를 목적으로 한 공개매수 시 특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소수주주에게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경영자와 동일하게 매각할 기회를 부여하고, 무분별한 출자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의무 공개매수제도는 지난 1997년에 국내에 도입됐으나,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명분으로 1998년 1년 만에 폐지됐다. 이에 상장사 지분 25% 이상 취득 시 나머지 주식까지 매입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지면서 M&A가 원활해지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의 지배주주 독식과 소수주주 보호 미흡 문제가 장기간 지속됐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간한 '국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논의 및 글로벌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6년
KB금융(105560)지주가 현대증권의 22.56%의 지분을 매입할 당시 지배주주에게는 주당 2만3182원을 지급했지만 소수주주에게는 주당 6737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미래에셋증권(037620)도 대우증권을 인수할 때 43%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배주주에게는 주당 1만6518원을 지급한 반면, 소수주주에게는 7999원에 불과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주는 데 그쳤다.
(사진=의안정보시스템)
유럽·일본은 시행 중인데 국내는 소수주주 보호방안 '부재'
유럽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는 인수기업이 M&A를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의 피인수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잔여지분의 전부나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지만 대주주의 소액주주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를 인정하는 판례를 바탕으로, 소수주주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미국식 소송 제도나 유럽 등의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실정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시 별도의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가격, 절차 등의 규제를 두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 독일은 현금교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 인정되지 않거나, 현금교부 합병이나 강제매수제도에도 소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금교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인정하는 일본의 경우, 소수주주에게 시너지를 포함한 주식가격을 교부하도록 하는 보호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장폐지에 대한 법률 규정이 없고 자본시장법에서 한국거래소에 위임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자발적 상장폐지가 이루어지면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식을 원활하게 매각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하게 되고, 주식가격의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자발적 상장폐지가 이루어지면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식을 원활하게 매각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하게 되고, 주식가격의 하락으로 자산가치가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소수주주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후 주식가치 하락과 유동성 문제를 고려해 지배주주가 제시한 가격에 매도할 수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시 M&A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재계와 사모펀드(PE) 등은 도입 반대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려면 정무위원회가 열려야 한다. 올해 여름 현재 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된 후 누가 오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도입이 되더라도 기존 경영권 프리미엄과 소수주주 간 가격 차등 없이 중간 형태의 동일한 가격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으로 인한 인수시장 위축은 과도한 우려로 본다"라고 말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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