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셀프 조사' 의혹 등으로 12시간이 넘는 고강도 경찰 조사를 마친 뒤 31일 오전 2시22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지난 30일 경찰에 출석해 12시간 이상 조사를 받았습니다. 받는 혐의가 많아 조사가 더 필요한데 로저스 대표가 출국하면 조사를 못 하는게 아닌지 우려가 나옵니다. 경찰은 추가 소환을 검토 중입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지난 30일 오후 2시쯤부터 로저스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했으며, 조사는 자정을 넘겨 다음날 오전 2시 22분쯤 종료됐습니다.
이번 조사는 로저스 대표가 앞서 두 차례 경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뒤 진행된 첫 경찰 조사로 쿠팡이 수사기관을 통하지 않고 진행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셀프 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로저스 대표가 신임 취임한 후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수사기관을 통하지 않고 자체 포렌식과 내부 조사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당시 쿠팡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직 중국인 직원 A 씨를 접촉하고, 중국 하천에서 노트북을 회수하는 등 유출 장비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쿠팡이 자체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먼저 접촉해 진술서를 받고도 이를 제때 알려오지 않은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건 관계자들끼리 먼저 입을 맞춘 뒤, 사실관계를 일부 조작한 자료를 제출했다는 정황이 혐의점의 핵심 대목입니다.
또한 쿠팡은 유출된 개인정보가 3000여 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수사당국은 계정 수 기준 3000만 건 이상의 유출이 있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죠.
당시 쿠팡은 자체 조사가 '정부 기관 지시에 따라 긴밀히 협력했다'고 주장했지만,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사실무근 주장'이라는 입장을 내며 쿠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또한 국정원은 로저스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한국 정부 지시하에 조사가 이뤄졌다’는 발언에 ‘쿠팡 측에 어떠한 지시를 한 바 없다’며 국회 과방위에 로저스 대표에 대한 위증죄 고발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을 나선 로저스 대표는 '혐의를 인정했느냐' '곧바로 출국할 것이냐'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경찰 출석 당시에도 "쿠팡은 지금까지 정부 조사에 최선을 다해서 임하고 있다. 오늘 경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만 말했을 뿐,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하는지' '산업재해를 은폐하려 했는지' '두 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의 질문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하고 산업재해 은폐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도 고발된 상태입니다. 로저스 대표가 이번 소환 조사를 마치고 즉시 출국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경찰은 추가 소환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로저스 대표의 입국 이후 출국정지를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반려해 로저스 대표의 신변확보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찰이 로저스 대표를 추가 소환을 추진해도 로저스 대표가 다시 해외로 나갈 경우 수사는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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