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유지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관세 인상을 압박하는 사이, 인도에 대한 관세를 50%에서 18%로 전격 인하했습니다. 이로써 한·미 관세 협상이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는데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과 미국산 구매 확대, 비관세 장벽 완화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한국 역시 '한·미 전략적 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넘어 추가로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성과' 만든 인도…'추가 양보' 시험대 한국
2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8%로 낮추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따른 제재성 관세 25%도 철회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도의 대미 수출품에 적용되던 관세율은 기존 50%에서 18%로 낮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과 잠재적으로는 베네수엘라로부터 훨씬 더 많은 원유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제로(0)로 낮추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5000억달러(약 724조원) 이상의 미국산 에너지·기술·농산물·석탄 등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고도 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인도에 국가별 관세(상호관세) 26%를 부과했고, 이후 양국은 5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와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특히 인도가 중국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러시아 전쟁 자금줄 차단'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줄일 때, 인도는 가격이 낮아진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로 들여오며 비용 절감 효과를 누려왔습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와의 무역 협정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고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요를 늘리는 외교 성과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문제 삼아 관세 인상을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갖기 위해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 정반대 흐름…협상 카드 '제한적'
반면 한국은 정반대 흐름에 놓였습니다. 미국 측의 관세 인상 절차는 이미 시작됐고, 관보 게재도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맹국인 한국과 대중국 견제 협력 파트너인 인도에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중단과 대규모 미국산 구매, 관세·비관세 장벽 완화까지 한꺼번에 묶어 관세 인하를 끌어냈습니다. 이는 미국이 한국에도 법안 처리 이상의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입니다.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이후 협의 과정에서, 투자 집행 방식과 비관세 장벽 성격의 규제 문제가 함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항공기에 오르기 전 기자와 만나 "(관세에 대해) 우리 국회 절차에 따라 한·미 양국 정부 간 합의된 부분이 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런 내용을 미국 측에 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루비오 장관과 좋은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 입장을 설명했는데요. 빈손으로 귀국하자 조 장관이 직접 나선 겁니다. 일각에선 한국은 미국과 이미 상당 부분 합의가 이뤄져 추가 카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합의 이행을 둘러싼 국내 입법과 대미 투자 부담은 한·미 양국 간 협의의 새로운 난제로 떠올랐습니다. 국회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처리 여부도 변수로, 이번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협상 국면에서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거론됩니다.
우선 민주당은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의 심도 있는 심사와 조속한 처리를 야당 의원들께 요청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