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국세청의 과잉 충성
2026-03-06 06:00:00 2026-03-10 08:47:11
국세청이 최근 부동산 상승론을 설파해 온 유튜버들을 핀셋 조사해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탈세 혐의가 있다면 조사하고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게 국세청의 본분이다. 법 앞에 성역이 없어야 함은 조세 행정의 대원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발표하며 국세청이 내놓은 발언은 눈을 의심케 한다. 국세청은 "수많은 변수가 맞물린 부동산 시장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자처하는 일부 유튜버들이 '영끌'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인 것처럼 시장의 흐름을 오도했다"고 밝혔다. "시청자로 하여금 합리적 판단의 여지를 좁힌 채 '비이성적 패닉바잉'에 동조하도록 유도하는 등 공포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세무 당국의 언어라기보다 정치적 낙인찍기에 몰두하는 선전기구의 수사라는 느낌을 받는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고 해서 추징할 세금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황당할 따름이다.
 
세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조사하고 그에 합당한 처분을 하면 그만이다. 그 소득의 원천이 된 메시지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일치하는지 혹은 시장에 어떤 심리적 파장을 일으켰는지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세권은 세금을 걷기 위한 수단이지 정부의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해 특정인의 입을 틀어막는 재갈이 아니다.
 
만약 부동산 하락론을 펼치며 공포를 조장한 유튜버가 있다고 치자. 똑같은 방식으로 탈세를 저질렀다면 국세청이 과연 시장 왜곡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며 칼을 휘둘렀을지 묻고 싶다.
 
서울만 해도 과반이 무주택자다. 어쩌면 부동산 하락에 환호하는 국민이 더 많을 수 있단 얘기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부동산은 급격히 상승해 왔다. 그렇다면 군중심리를 이용해 결과적으로 거짓이 된 부동산 하락론자들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한 셈이다. 이들을 터는 게 더 상식에 부합한 일 아닐까.
 
유튜버들이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이나 도덕적 결함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시청자와 시장의 몫이다. 국가가 나서서 특정 경제 전망을 거짓 정보라고 규정하고 처벌의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는 실종된다.
 
국세청은 숫자로 말하고 법으로 집행해야 한다. 얼마의 수익을 누락했는지와 어떤 수법으로 탈루했는지만 밝히면 그뿐이다. 국세청이 사상 검별사를 자처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행위는 조세 행정의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는 자충수다.
 
결국 이번 세무조사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책임을 유튜버에게 돌리려는 국세청의 비겁한 희생양 찾기로 보인다. 윗선의 지시가 없었다면 국세청의 과잉 충성인데, 이는 대통령에게도 누가 되는 일이다. 국세청은 오버하지 말고 조세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김의중 금융부 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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