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신도림점 주류 코너.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혜지 기자]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매장에서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거래처들이 이탈하면서 빈 매대가 늘고 있습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건 자체브랜드(PB·Private Brand) 상품입니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신도림역 인근 홈플러스 신도림점을 찾았습니다. 평일 오전이었지만 매장은 한산했습니다. 손님은 5명 남짓이었습니다. 매대 곳곳에 빈 공간이 드러났습니다. 그 자리를 채운 건 홈플러스 자체브랜드 '심플러스(simplus)'였습니다. 이마트 등 경쟁 대형마트가 PB 상품을 별도 코너에 모아 진열하는 것과 달리, 홈플러스 신도림점은 벽 한 면이 통째로 PB 상품으로만 채워진 곳도 눈에 띄었습니다.
주류 코너가 단적인 예였습니다. 술병이 놓여야 할 선반에는 심플러스 보리차와 옥수수수염차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4단 선반 중 2단은 비어 있었습니다. 두부 코너에서도 차이는 뚜렷했습니다. 일반 브랜드 제품이 놓인 자리는 군데군데 비었지만, 심플러스 두부 선반은 빈틈 없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심플러스는 2018년 출시됐습니다. 과대 포장과 가격 거품을 없애고 상품 본연의 기능에 집중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과자·커피·두부에서 종이컵·도마·캠핑용품까지, 식품과 생활용품을 아우릅니다. 품목 수는 2019년 900여종에서 2023년 3000여종으로 늘었습니다. 올해 2월에는 홈플러스의 또 다른 PB 브랜드 '시그니처'와 통합하며 전체 PB 비중이 9%에서 13%로 증가했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 내 전체 상품 중 PB 점유율은 출시 이후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경영 위기 이전까지 전략적으로 키워온 PB는 이제 텅 빈 매대를 가리는 수단이 됐습니다.
상황은 주요 점포도 다르지 않습니다.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월드컵·동대문·강서점, 대구 성서·칠곡점 등 매출 상위 빅점포들조차 후방 재고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종성 홈플러스 노동조합 위원장은 "임금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 더 급한 건 거래처에 물품대금을 지급하는 일"이라며 "매장을 살려야 고객이 돌아오고, 고객이 돌아와야 매장도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K파트너스가 투입한 긴급자금 1000억원 중 800억원이 체불임금 해소에 소진됐습니다. 상품 정상화를 위한 재원이 사실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1월 상여금과 2월 급여 체불분은 MBK 긴급자금으로 순차 지급됐으나, 3월 급여는 지난 25일 절반만 지급됐습니다. 임금 체불이 반복되면서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은 홈플러스 전담 대응 TF팀을 신설했습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오는 5월4일까지입니다. 그러나 거래처 이탈과 재고 공백이 이어지면서, 회생의 전제가 되는 영업 정상화가 오히려 멀어지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은 39일입니다.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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