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원·달러 환율이 1560원 선을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600원대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한국 외환시장의 불안처럼 보이지만 시장이 진짜 주목하는 변수는 '미국'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정책, 중동 전쟁 장기화, 고유가,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부상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 경제가 보여주는 모습은 신흥국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조합입니다. 물가는 다시 뛰는데 고용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 경기 둔화가 나타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출 수 있지만, 지금 미국은 노동시장이 견조해 연준이 물가와 싸울 여력이 생긴 상황입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대외의존형 국가들에 가장 불리한 환경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정책, 중동 전쟁 장기화, 고유가,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동시에 부상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위스콘신주 오클레어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언론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고용은 뜨겁고 물가는 높고…고개 드는 미 금리인상론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확산하고 있는 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미 연준의 정책 방향 변화에 베팅하기 시작했습니다. 7일(현지시간) 기준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72.3%로 반영했습니다.
연준을 움직이는 것은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입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17만2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실업률 역시 4.3%로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최근 수개월간 고용지표도 상향 조정되면서 전쟁과 관세 충격에도 미국 노동시장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물가입니다.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3% 후반대로 다시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관세 인상 등이 겹치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월가 분위기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올해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논의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고용시장의 재가속화가 연준 매파들에게 새로운 탄약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단행된 세 차례 금리 인하가 당시 둔화 조짐을 보이던 노동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현재 노동시장은 훨씬 건강한 상태라고 분석한 겁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관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할 경우 연준 내부에서 추가 긴축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560원 선을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600원대를 위협받고 있다. 미국 100달러 지폐.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금리 추가 인상 땐…원화 가치 '뚝'
시장의 관심도 더 이상 "언제 금리를 내릴까"가 아니라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을까"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외환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으로 이어집니다. 미국 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달러 자산의 매력은 더욱 높아지고 원화 자산의 상대적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한국 증시에서 120조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하며 이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세 불확실성과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환율 리스크가 겹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이 약해진 탓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도 부담입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기존 상호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 체계를 준비 중입니다. 시장에서는 한국이 추가 규제와 관세 압박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이는 원화 가치에 직접적인 악재입니다.
중동 전쟁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실패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원유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무역수지와 물가 측면에서 동시에 타격을 받습니다. 달러 결제 수요 증가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웁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은 확산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대응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는 69%에 달했습니다. 긍정 평가는 18%에 불과했습니다.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물가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67%는 트럼프 정책 때문에 식료품 가격이 올랐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의미입니다. 백악관은 이를 중동 전쟁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월가는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에너지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한국 외환시장을 둘러싼 위험은 단순한 환율 문제가 아니라 관세와 전쟁, 고유가, 달러 강세, 연준 긴축 가능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위기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특히 연준이 실제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은 160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오는 16~17일 열리는 케빈 워시 의장 체제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하고 있습니다. <로이터>는 "예상치를 크게 웃돈 고용 증가가 연준의 관심을 노동시장보다 인플레이션 위험에 집중시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금리 인하 논거는 사실상 묻혔다"며 연내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금리 동결 여부보다 워시 의장이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 어떤 신호를 내놓을지에 쏠려 있습니다. 만약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둘 경우 원·달러 환율을 둘러싼 불안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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