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의 K-국방)한국은 누군가가 쥐고 휘두를 '비수'가 아니다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던진 동맹의 언어 문제
연합사령관, '한·미 정책 결정' 집행하는 하위 지휘관
'정상 간 대화' '국방장관·합참의장 회의체' 존중 필요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의 절제 감각 되돌아볼 때
2026-06-09 06:00:00 2026-06-09 06:00:00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모습.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제공, 뉴시스 사진)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의 발언이 논란을 불렀습니다. 그는 2026년 5월22일 미국 육군전쟁대학 전략연구소 인터뷰에서 "중국 동부 해안에서 밖을 내다볼 때 보이는 것은 한국, 곧 아시아의 심장부에 있는 비수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비수는 몰래 숨겨두었다가 적을 찌르는 단검이죠. 원문 표현은 "there’s Korea, the dagger in the heart of Asia"였습니다. 그는 일본을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 야심을 막는 "방패" 또는 "뒷받침"으로, 필리핀을 이 삼각 구도의 또 다른 축으로 설명했습니다.
 
이에 한국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어 한·중 우호 관계를 이간질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각국 안보전문가가 모이는 샹그릴라 대화(2026년 5월30일)에서도 중국 쪽 질문자가 브런슨 사령관 발언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냐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이 같은 자리에 있던 브런슨 사령관한테 직접 답변하라고 하자, 그는 "우리가 처한 작전 환경을 설명한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난해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유사시에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비쳐왔죠. 그밖에 한·미 간 전시작전권 전환, 비무장지대(DMZ) 출입 관리 권한을 두고도 한국 정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종종 밝혀왔습니다.
 
그의 발언이 논란이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이 동아시아 전략 차원에서 중국 견제를 중시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미 연합방위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북한의 군사 위협에 맞서 한국을 방위하는 것이죠.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여전히 북한 장사정포 위협 아래 있습니다. 한국 국민이 한·미 동맹에 기대하는 임무도 바로 이 억제와 방위입니다. 브런슨 사령관 발언은 한국 국민이 기대하는 바와 다릅니다.
 
(사진=필자 작성)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작동 방식도 알아둬야 합니다. 이 체제의 최상위에서 한·미 양국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군사정책을 결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아래에 양국 국방장관이 이끄는 협의체인 한·미안보협의회, 곧 SCM(Security Consultative Meeting)이 있습니다. SCM 아래에 양국 합참의장이 이끄는 한·미군사위원회, MCM(Military Committee Meeting)이 있습니다. 이 구조를 통해 한·미연합군사령부에 전략 지침과 작전 지시를 내립니다.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전시에 한국군과 미군이 연합작전을 수행하도록 지휘하는 막강한 기구이긴 하지만, 작동 원리를 보면 한·미 두 나라 정책 당국자가 내려준 임무를 수행하는 작전 기구 이상의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고위 정책 결정이 아니라, 임무 수행 영역을 담당하는 하위 지휘관입니다. 동맹의 전략 방향을 독자적으로 규정하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한반도를 어떤 나라를 겨누는 비수로 볼 것인지, 또는 그렇게 보이도록 할 것인지 여부는 연합사령관이 선택할 일이 아니죠.
 
연합사는 한·미 연합방위의 핵심 장치로 1978년 창설했습니다. 미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맡고, 한국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습니다. 참모 조직도 한·미 양국 장교가 함께 근무하도록 짜여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지휘하고 어느 한쪽은 일방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체제가 아닙니다. 양국이 공동으로 계획하고 훈련하며 유사시 함께 싸우도록 만든 결합형 지휘 체계입니다. 한국이 유사시에 '비수'가 되거나 '항공모함'이 된다는 아이디어를 한·미 연합사에 근무하는 한국군 장교들과도 논의하지 않은 듯한데요. 이런 점도 적절하진 않네요.
 
이 대목에서 2016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한·미연합사령관으로 근무한 빈센트 브룩스 장군이 떠오릅니다. 그때가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비롯해 군사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매우 예민한 시기였습니다.
 
브룩스 사령관은 재임 중 참모들에게 "임무 수행 시 대한민국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선을 지킬 것"이라는 업무 지침을 내렸습니다.(김진형, 『대한민국 군대를 말한다』) 연합사령관은 미국 군인이면서 동시에 한국군과 함께 한국 방위를 책임지는 동맹의 지휘관입니다. 그는 한국을 미국의 지정학 전략의 도구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전략적 관심만 앞세우지 않고 한국의 주권, 한국민의 안보 감정, 한국 정부의 정책 판단을 존중하려고 노력했죠.
 
한국은 누군가가 마음대로 쥐고 휘두를 비수가 아닙니다. 한·미 연합방위체제의 성격과 작동 방식을 잘 알아둬야 합니다.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처럼 지휘부가 언어를 절제하는 감각을 발휘할 때 한·미 연합방위체제가 더욱 튼튼했습니다.
 
필자 소개/박창식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뉴스토마토 K국방연구소장과 객원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국방 생태계에서 소통을 증진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언론의 언어 왜곡>과 같은 책을 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