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선 레미콘 파업…수도권 공사현장 '운명의 기로'
"인상 적다"vs"여론 악화"…결과 예단 어려워
이번에도 결렬되면, 공사 현장 셧다운 불가피
2026-06-15 15:50:44 2026-06-15 16:09:53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휴업에 들어간 8일 경기 안양시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홍연·이수정 기자] 수도권 레미콘 운송 파업이 분수령을 맞았습니다.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와 레미콘 제조사들이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레미콘 업체 파업이 일주일째 접어들면서 수도권 공사 자체가 중단될 위기인 만큼 이번 투표 결과가 건설 공기를 좌우할 전망입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 측과 전운련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마라톤 협의 끝에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습니다. 운반비를 회전당 4200원(5.5%) 인상하는 내용인데, 이를 적용하면 기존 수도권 운반비가 기존(7만5800원)보다 약 5000원 인상된 8만원 선으로 맞춰지게 됩니다. 
 
현장 중단을 막을 데드라인으로 평가되는 2차 잠정합의안이 최종 발효되기 위해선 조합원 찬반투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문제는 이번 2차 잠정합의안이 인상액을 그대로 두고 계약기간만 줄인 구조인 만큼, 조합원 설득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겁니다. 
 
이번 2차 잠정합의안의 인상액은 1차와 동일하지만 적용 기간을 기존 1년에서 8개월로 단축해 오는 7월1일부터 2027년 2월28일까지로 설정했습니다. 계약기간을 줄여 조합원의 불만을 일부 흡수하려는 시도입니다. 지난 10일 실시된 투표에서 재적 조합원 7517명 가운데 7222명이 참여한 결과, 찬성은 30.6%(2213명), 반대는 68.3%(4931명)로 집계됐습니다.
 
반도체 공사 현장도 차질…"여론 부담 커져"
 
이번 투표 결과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부담과 조합원들의 인상 폭 불만이 충돌하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 가결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파업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수도권 건설 현장 전반에 걸쳐 피해가 가시화됐고, 여론이 1차 투표 당시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어섭니다. 
 
실제 파업 개시일인 지난 8일부터 나흘만에 대한건설협회에 접수된 피해 현황에 따르면 수도권 25개 대형 건설사 117개 현장에서 약 16만㎥의 타설이 지연됐습니다. 이번 파업에 수도권 소속 조합원 8000명과 믹서트럭 1만1000대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수도권 전체 레미콘 믹서트럭 70% 수준입니다. 전국 레미콘 물량의 5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파장이 크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 핵심 첨단산업 현장까지 영향을 미친 게 결정적 변수가 됐습니다. 경기 평택 일부 레미콘 공장에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건설 현장으로 향할 레미콘 출하가 전운련 측 저지로 막히면서 타설 일정 차질이 빚어진 겁니다. 
 
한국건설경영협회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 핵심 첨단산업 현장마저 공사가 중단되면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국가적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재부결 시 골조·타설 '완전 중단'…비상 대안도 한계
 
만약 2차 찬반투표마저 부결되면 수도권 건설 현장 가동이 사실상 멈출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부 건설사들은 비노조 용차를 활용한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에 봉착한 모양새입니다. 한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타설 일정을 앞당기거나 공정 순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도 버티고 있다"며 "대안으로 거론되는 배치플랜트(BP) 도입 역시 장기 대책이라, 레미콘 타설을 할 수 있는 즉각적 해결 방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협상이 3회차로 넘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피해가 단순한 공기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한국건설경영협회는 "건설 공정의 특성상 레미콘 공급 중단은 단순한 일정 지연을 넘어 품질 저하와 공사비 상승, 협력업체 경영난 등 연쇄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운송 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국민경제 전반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이번 사태의 구조적 원인으로 건설기계 수급 조절 제도를 지목합니다. 레미콘 믹서트럭은 2009년 이후 신규 등록이 금지돼 18년째 동결 상태입니다. 이를 통해 카르텔화한 운송노조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면서 과도한 운반비 인상과 집단 운송 거부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 측 분석입니다.
 
업계는 건설기계 수급 조절 검토 주기를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지역별로 차등화해 믹서트럭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급 조절 제도가 2009년 도입 이후 18년간 단 한 번도 증차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레미콘 수급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현장 피해가 커진 만큼 이번에는 가결되길 기대한다"며 "이번 레미콘 수급 차질이 업계에 큰 타격을 불러온 만큼, 앞서 건협이 제시한 배치플랜트 설치 요건 완화 등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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