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가 13일 드디어 당대표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어느 때보다 정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이 반가웠다. 무엇보다 출마 선언일에 맞춰 기자 단톡방(단체대화방)이 생겼다.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한동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잠행에 나섰던 정 전 대표였기 때문에 이제는 그의 일정에도 어느 정도 계산이 섰다.
정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은 반가웠지만, 그의 출마 기자회견 메시지는 모순적이었다. 출마 선언 메시지만 보면 정 전 대표의 말과 행동이 다른 부분이 여럿 있다. 우선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킬 사람은 선당후사를 실천해 온 저 정청래"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당정청 원팀·원보이스로 이재명 대통령 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의 말대로 실제 당정청 원보이스로 가고 있나 의문이다. 정 전 대표는 출마 선언 기자회견 전에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일일보 자유게시판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닥치고 지금 당장!"이라고 썼다. 특히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 인사들을 향해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좀 더 토론하자, 숙의하자, 보완하자' 등등 이것은 사실상 반대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전 대표는 출마 선언 다음날인 14일에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누차 보완수사권에 대해 예외적으로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피력한 바 있다. 여기에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숙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전 대표가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지금 당장 폐지"를 언급하는 게 당정청 원팀·원보이스로 이 대통령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나. 보완수사권에 대해 이 대통령과 정책 기조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원팀'을 강조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 전 대표가 출마 선언 이후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통적인 핵심 코어 지지층을 튼튼하게 묶어 세우는 것이 제일 중요한 첫 번째 일"이라고 강조한 것도 중도 보수를 아우르려는 이 대통령의 노선과 맞지 않다. 앞서 이 대통령이 "여당은 갈등을 조정하고 반발을 최소화하는 '큰 그릇'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정 전 대표와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당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정 전 대표의 발언도 논란이다. 의도가 어떻든 우선 이 대통령의 임기가 4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대선을 꺼낸 것 자체가 문제다. 정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언급했지만, 사람들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정 전 대표가 단순히 민주당을 위해 출마했을 뿐이지, 개인적으로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면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더 진정성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당대표 후보들 가운데 정 전 대표 외에 2030년 대선을 언급한 사람이 있었나.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대선 불출마 발언은 오히려 2028년 당대표 선거에서나 어울릴 법한 메시지였다.
여기에 '당대표직을 이용한다'는 메시지도 논란이다. 자칫 당대표 연임 후 대권 가도에 나섰던 이 대통령의 과거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으로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한다. 무슨 일이든 오해받을 수 있는 일은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박주용 정치팀장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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