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최근 고려대병원 환자용 앱의 생년월일 입력 예시에 세월호 참사 당일 날짜가 사용돼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병원 측은 논란을 인지하자마자 즉각 수정 조치를 취했다며, "세월호 날짜를 어떻게 기억하느냐"며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고려대병원뿐만 아니라 국내 140여 개 의료기관의 환자용 앱에도 동일한 예시가 설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발사인 ‘레몬헬스케어’ 측은 “전적으로 회사 잘못”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대규모 병원에서 다수 환자에게 해당 메시지가 노출된 점, 더욱이 최근 세월호 참사 생존자가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가 된 고려대병원 환자용앱. 고려대의료원 측은 사전에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글이 올라오고 나서야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문제가 된 고려대병원앱은 레몬헬스케어가 개발·운영하는 환자용 앱 ‘레몬케어’입니다. 여기에는 의료비 대리결제 서비스를 위한 가족 등록 화면에 생년월일 입력 예시로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이 표기돼 있었습니다. 문제가 된 예시 문구는 생년월일 예시로 ‘2014년 4월 16일 시 20140416로 입력’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해당 날짜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일로, 당시 참사로 총 30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려대의료원 측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을 보고 최초 인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의료원 관계자는 “관련 부서도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오해의 여지가 있어서 바로 수정을 요청해 바꿨다”며 “개발사인 레몬헬스케어를 통해 앱이 적용된 140개소 의료기관에도 다 바꾸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는 “내부 모니터링 단계에서 앱의 기술이나 디자인 등을 확인했지만 세월호 날짜를 기억해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면서 “레몬헬스케어 측과의 계약 철회 등 책임은 물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인지 즉시 수정을 레몬헬스케어 측에 즉각 요청해서 조치했고 전수조사도 실시했지만 사전에 미처 체크하지 못한 (병원)책임도 있다”며 일부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문제가 된 환자용앱 개발사 '레몬헬스케어'는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지만 개발 인력에 대한 인사 등의 처분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레몬헬스케어 홈페이지 캡처)
레몬헬스케어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문구는 과거 앱 개발 과정에서 처음 작성된 이후 화면 개편을 거치면서도 검증 없이 그대로 복사되어 재사용돼 왔다”며 “환자용 앱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의 화면 문구와 소스코드 내 텍스트를 전수 조사해 국민 정서를 해치거나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이 없는지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해당 문구를 최초 작성하고 검수에 관여했던 인력은 현재 재직하고 있지 않아 직접적인 인사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최근 세월호 생존자가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를 더 세심히 듣고, 충분하지 못했던 국가의 책임을 반드시 다하겠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행위는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해 정신적 고통을 초래하는 중대한 2차 가해 행위에 대해 엄정 수사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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