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0 탄소중립’ 글로벌 의제화에 따른 산업 변화의 흐름이 가속화하면서 대표적 탄소 다배출 업종인 철강산업도 탈탄소 전환 기로에 섰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하는 등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탄소중립’(Net Zero)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습니다. 철강업계의 탄소중립 현황과 과제를 진단하고, 성장의 해법을 세 차례에 걸쳐 모색합니다._편집자 |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한국 경제 성장의 중요한 역할을 해온 철강산업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관세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산 저가 공세 위기를 애써 버텨왔지만, 올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 흐름이 가속화하며 경쟁력 유지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습니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과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 그리고 ‘2050 탄소중립’ 의제는 철강업계에 보다 빠른 탄소중립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탄소중립이 적용된 미래의 철강 산업단지 모습. (사진=제미나이)
철강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탈탄소 실행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철강업계 투톱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양사는 자체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탈탄소를 핵심 추진 과제로 삼았습니다. 특히 탄소중립을 생존의 위기가 아닌 성장의 기회로 삼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목표입니다.
먼저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HyREX)을 궁극적 지향점으로 현시점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고로-전로 기반 탄소 감축 기술 적용 등 실현 가능한 탈탄소 로드맵을 수립·이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로 기반 탄소 저감 강재 생산기술 체제 전환을 위해 지난달 전남 광양에 연간 250만톤 규모의 대형 전기로를 준공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이러한 장·단기 전략을 통해 오는 2030년 10%, 2035년 35%, 2040년 50%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최종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현대제철도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품 저탄소화와 공정 과정에서의 탄소 저감을 위한 생산 체제 혁신 및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단기적으로 전기로-고로의 복합 프로세스 생산 체제를 순차적으로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자체 고유 기술 기반 탄소 저감 제품 생산 체계인 ‘하이큐브’의 기술 고도화를 통한 ‘하이아크’ 체제로의 전환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적용 확대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12%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체력 떨어진 데다 CBAM·전력 ‘암초’
이 같은 철강업계의 노력에도, 현재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습니다. 이 중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 CBAM은 당장 눈앞에 닥친 비용 부담의 암초로 꼽힙니다. CBAM은 철강업체가 EU에 제품을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포함된 탄소배출량을 신고하고 그에 비례한 인증서를 구매하도록 해 사실상 추가 관세처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철강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탄소중립 자체가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중장기 계획인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관세와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재무 체력이 떨어진 철강업계에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은 추가적인 생존 부담으로 다가오는 상황입니다.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CI)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CBAM 도입 후 철강업계가 매년 감당해야 할 비용은 올해 851억원에서 점차 늘어 10년간 누적 금액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한 탈탄소 전환 흐름이 가속화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는 탄소중립에 사활을 걸고 있는 철강업계에 놓인 험난한 장벽입니다. 철강업계가 탈탄소 전환 계획에 따라 전기로를 활용한 저탄소 제품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가파르게 상승한 전기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저탄소 철강제품은 기존 고로(용광로) 대비 제조원가(그린 프리미엄)가 높기 때문에 초기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력 비용 등 원가 경쟁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연간 평균 1킬로와트시(kWh) 당 180원대 수준으로 지난 2022년 1분기 105.5원과 비교하면 약 70% 이상 올랐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로 가동을 늘릴수록 추가 비용 부담이 더욱 늘어나는 역설적인 구조인 셈입니다.
실제로 양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포스코의 지난해 전력용수비는 1조2750억원으로, 전년 1조2000억 대비 750억원(6.25%) 늘었고, 현대제철의 전력비 및 연료비 역시 같은 기간 2조5890억원에서 2조6267억원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산업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석탄 기반의 고로 공정을 전기로 및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수소환원제철로의 완전한 전환 시 전력 수요가 기존 고로 방식 대비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본격 시행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은 탈탄소 전환의 핵심인 ‘전기료 지원’ 방안이 구체화돼 있지 않아 실효성에 줄곧 의문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국회에서 탄소중립 전환에 수반되는 전기요금 및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등을 골자로 보완 입법에 나섰지만, 당장 한국전력의 누적 영업적자가 올해 1분기 기준 34조원에 달하고,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잖습니다.
경북 포항시 철강 산업단지 도로에 철강제품을 실은 차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탄소 전력 조달 시급…“원전 PPA 중요”
그럼에도 철강업계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해선 지역별 차등 요금제 등 철강 산업 환경에 맞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원전 직접 전력구매계약(PPA)를 통한 무탄소 전력 조달 방안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현행법상 PPA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무탄소 전력원이 재생에너지로 한정돼 있지만,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해 무탄소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집약 산업인 철강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무탄소 전원을 직접 확보할 수 있는 원전 PPA 허용 등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2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녹색전환(K-GX)에서의 철강의 중요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산업 성장의 방향성을 다룹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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