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캐나다 잠수함 수주 실패, 세계 군함시장 공략 출발점
RFI 단계부터 국가전략 차원 접근해야 다음 승리 만들 수 있어
2026-07-20 09:25:47 2026-07-20 09:25:47
지난 6월 3~4일(현지시간) 캐나다 서부 해상에서 진행된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에서 한국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과 호위함 대전함, 캐나다 해군 잠수함 코너브룩함과 호위함 오타와함이 전술기동을 하고 있다. 아래에서부터 도산안창호함, 오타와함, 대전함. (사진=해군)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 우리나라가 최종 계약을 따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지만 단순히 계약의 성패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이번 사업은 앞으로 우리 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활용해야 할 값진 교훈과 경험을 남겼다.
 
사업 초기 캐나다가 요구한 것은 2500~3000톤(t)급 장거리 디젤잠수함이었다. 우리나라는 도산안창호급 잠수함(KSS-Ⅲ)을 기반으로 한 독자 설계 능력과 우수한 가격 경쟁력, 비교적 짧은 건조 기간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반면 독일은 당시 이 크기의 잠수함 운용이나 수출 실적이 거의 없어 우리 내부에서는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국제 방산시장의 본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캐나다는 잠수함 성능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작전 체계와의 호환성, 기존 군수지원 체계, 회원국 간 신뢰와 전략적 연대, 장기적인 안보 협력까지 함께 고려했다. 결국 이번 경쟁은 잠수함 성능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술력과 NATO가 수십 년간 구축한 전략적 네트워크의 경쟁이었다.
 
우리는 독일의 잠수함 실적 부족에는 주목했지만 NATO의 결속력과 전략적 영향력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기술적 자신감은 있었지만 국제정치와 안보 환경, 동맹 구조를 아우르는 전략적 접근은 부족했다. 이번 결과를 기술력의 열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세계 방산시장의 승패는 기술을 넘어 외교와 안보, 동맹, 산업협력이 결합된 국가전략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례였다.
 
비록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사업은 우리 방산 수출 역사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남겼다. 무엇보다 정부와 군,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원팀 코리아'가 실제로 구현됐다. 정부는 외교적 지원을 펼쳤고, 군은 운용 경험과 전문성을 제공했으며, 기업은 세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수행했다.
 
특히 우리 해군 잠수함이 태평양을 횡단해 캐나다까지 항해한 것은 세계 잠수함 시장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전략적 시연이었다. 장거리 항속 능력과 플랫폼의 신뢰성은 물론 승조원의 운용 역량까지 입증했다. 더욱 의미 있었던 것은 하와이에서 캐나다까지 캐나다 해군 승조원들이 직접 승함해 잠수함을 운용하고 성능을 확인한 점이다. 이런 경험은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잠수함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소중한 자산으로 남았다.
 
이제 이 경험을 국가 차원의 자산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장거리 항해와 구매국 승조원의 승함 체험, 현지 홍보, 협상 과정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영상 자료와 사례집으로 제작해 해외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제 방산 수출은 무기뿐 아니라 경험과 신뢰까지 함께 제공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이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시장 개척은 구매제안요구(RFP)가 아니라 정보요청(RFI) 단계에서 이미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최근 미국이 해군력 재건과 조선산업 협력 확대를 위해 우리 조선업계에 군함 건조 관련 RFI를 발송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RFI는 단순한 자료 제출 절차가 아니라 공급자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 재무 건전성, 공급망 안정성, 기술보호 체계, 장기 협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첫 관문이다. 이 단계에서 얼마나 전략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이후 RFP 초청과 최종 계약 가능성을 좌우한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RFI를 국가 전략사업의 출발점으로 인식해야 한다. RFI가 접수되는 순간부터 해당 국가의 안보 환경과 국방전략, 조선산업 정책, 정치적 이해관계, 경쟁국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전담체계를 가동하고, 연합훈련 확대, 군 고위급 교류, 방산협력 양해각서(MOU), 공동 연구개발, 기술협력, 금융지원, 현지 생산과 유지·보수·정비(MRO)를 연계한 패키지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세계 방산시장은 이제 무기 성능만으로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라 외교·안보·산업·금융이 결합된 국가전략의 무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범정부 차원의 방산 수출 지원체계도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 해군, 국가안보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제도화해 RFI 분석부터 계약 이후 군수지원과 성능개량까지 일관되게 관리하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국가 방산 지식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기업들도 해외시장에서는 반드시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국내 경쟁은 필요하지만 해외에서는 과도한 경쟁이 국가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중동과 동남아, 남미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현지 생산, 기술협력, MRO, 인력 양성을 포함한 종합적인 산업협력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함정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십 년간 함께 운용하고 발전시키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선택받을 수 있다.
 
캐나다 사업은 끝났지만 대한민국 잠수함의 세계 시장 도전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이번 경험을 철저히 분석하고 제도화해 RFI 단계부터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캐나다에서 얻은 교훈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군함시장 진출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국가전략사업은 실패 자체보다 실패를 다음 성공으로 연결하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군함시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값진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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